찜질방·쪽잠존… 밤도깨비족 붐비는 인천공항
지난 31일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지하 1층 찜질방. 찜질복을 입은 사람들이 섭씨 40도 황토방에 누워 쉬고 있었다. 탕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다. 오후 8시 이전에 도착해 2만5000원을 내면 12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찜질방 직원은 “수용 인원이 100명인데 매일 꽉 차서 밤에 늦게 오면 자리가 없는 때가 흔하다”며 “찜질방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도 많고, 이른 아침 비행기로 떠나려는 내국인도 많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원상 회복하면서 인천공항이 ‘밤도깨비족’으로 북적이고 있다. 밤도깨비족은 낮 여행 시간을 확보하려고 밤이나 새벽 비행기로 떠나는 여행객이다. 젊은 세대가 많지만 요즘은 어르신도 적지 않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천공항의 ‘쪽잠 명소’를 공유한다. 세계 공항에서 숙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해외 사이트 ‘공항에서 잠자기(Sleeping in Airports)’에도 인천공항 관련 정보가 뜬다.
무료로 쓸 수 있는 휴게 공간은 일찍 자리가 찬다. 공항 내 ‘냅존(nap zone)’과 ‘릴렉스존(relax zone)’은 말 그대로 쪽잠과 휴식을 위한 공간인데 간이 침대가 놓여 있다. 인터넷 이용과 휴대전화 충전도 무료로 할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이날 제1 여객터미널 냅존에는 오후 3시쯤인데도 20여 명이 수면 안대를 쓰거나 담요를 덮은 채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환승을 기다리는 외국인이 많았다. 인천공항에는 냅존이 네 곳 있다. 제1 여객터미널 한 곳과 제2 여객터미널 두 곳, 탑승동 한 곳 등이다. 공항 관계자는 “세계 항공기가 오가는 대표적 국제공항이기 때문에 환승객 등 공항에 오래 머무는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의 ‘캡슐 호텔’에선 비교적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2곳인데 제1 여객터미널 교통센터 1층과 제2 여객터미널 지하 1층이다. 캡슐이라고 하지만 침대와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다. 1인 7만2000원, 2인 8만4000원을 내면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고 한다. 대전에서 온 서모(24)씨는 “새벽 4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탈 일이 있어 캡슐 호텔을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넓어서 비행 전 컨디션 조절하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샤워 시설도 총 네 곳 있다. 제1 여객터미널과 제2 여객터미널에 각각 두 곳이다. 환승객은 무료로 쓸 수 있고, 일반 탑승객은 3000원을 내면 30분간 씻을 수 있다.
2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심야(0시~오전 6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2602대다. 도착한 비행기도 550대가 넘는다.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작년 8월 이후 하루 평균 항공 교통량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2307대를 웃돌고 있다.
공항이 혼잡해지자 인천공항공사는 작년 7월 ‘스마트 패스’를 도입했다. 공항 도착 전에 스마트폰 앱에서 여권과 탑승권을 등록하면 전용 출구로 나갈 수 있다. 여권과 탑승권을 준비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지난달 말까지 스마트 패스 등록자는 102만명이라고 인천공항공사 측은 밝혔다. 포털 사이트에서 ‘인천공항 출국장 혼잡도’를 검색하면 여러 출국장의 시간대별 예상 이용객을 알려주기도 한다. 공항 관계자는 “요즘 겨울 휴가철을 맞아 공항 주차장이 특히 혼잡하다”며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길 권한다”고 했다.
겨울철에는 더운 나라로 떠나는 여행객의 외투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외투 한 벌 보관 비용은 하루에 약 2500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이달 말까지 국제선 이용객을 대상으로 5일 동안 외투 한 벌을 무료로 보관해준다. 여권을 집에 놓고 왔을 때 긴급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외교부 여권민원센터와 응급 환자를 위한 인하대 병원 응급의료센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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