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책을 멀리하는 경영자는 실패한다
매일 점심, 일본 도쿄의 사무실 1만곳에 도시락 7만개를 배달하는 기업이 있다. 하루에 한 가지 단일 메뉴만 배달하고, 한달 안에 같은 메뉴가 겹치는 일은 없다. 계약된 기업에만 아침 9시부터 10시 반까지 주문을 받고 판매하기 때문에 편의점에서도 살 수 없다. 가격은 5000원, 원가율은 53%로 식자재의 질에 적극 투자한다. ‘다마고야’라는 낯선 이름을 가진 이 기업의 연 매출은 1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을 키운다는 것’(비즈니스북스)은 다마고야의 사장 스가하라 유이치로가 쓴 책이다. 창업주인 아버지는 직장인을 위한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로 1975년 사업을 시작한다. 1997년 그는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하고 2004년 사장이 되는데, 입사 당시 하루 2만개를 배달하던 회사는 20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성장한다. 아버지가 0에서 1을 만드는 창업자였다면, 아들은 1에서 10을 만드는 경영자다.
스가하라 사장은 ‘국가 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것은 견실한 중소기업’이라는 믿음하에 이 책을 중소기업 경영자와 직장인들을 위해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고객관리, 상품 개발, 생산관리, 조직관리까지 리더라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어젠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머뭇거림 없이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신규 기업 고객을 유치할 때, 기존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던 것과 같은 퀄리티의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현재 공급망과 배송 시스템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만 신중하게 신규 고객을 받는다.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을 대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다마고야 사장실에는 사업에 실패하는 경영자의 특징 12가지가 벽에 걸려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한다, 좋은 물건은 알아서 팔리니 안심한다 등 뼈 아픈 말 중에서도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문장이 지금의 다마고야를 만든 핵심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초고속 성장 신화의 중심인 스탠퍼드 MBA가 이 기업에 대한 사례연구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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