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왜 집 벽에 글씨를 썼을까요
설탕은 어디에 있지?
김태경 글·그림 | 앤카인드 | 48쪽 | 1만9000원
아침이면 가족은 모두 함께 차를 마셨다. 각설탕을 넣으면 차는 달고 부드러워졌다. 아빠는 늘 한 개, 엄마는 세 개. “달콤한 차를 마시면 아가가 먹는 엄마 젖도 달콤해질 거야.” 아이는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예쁘게 웃을 때가 참 좋았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다. 며칠째 차를 마시지 못했다. 통조림도 시리얼도 아직 남았는데 설탕 통은 텅 비었다. 옆집 형이 인사도 없이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고, 아빠가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글씨를 쓰던 무렵부터였다. 게다가 가족은 매일 밤 각자 방이 아니라 현관 쪽에 모여 꼭 붙어 잠자기 시작했다.
가족이 깨기 전 설탕을 사놓으려 집 밖에 나선 아이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 끝 가게는 진열장이 텅 빈 채 잠겨 있다. 좀 더 큰 식료품점과 백화점에선 어른들이 쇼핑 카트에 통조림이며 시리얼을 좀 더 챙기려고 싸움을 벌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논픽션 그림책. 공습을 피하려 건물 외벽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큰 글씨를 쓰는 일밖엔 할 수 없었던 사람들, 폭격이 시작되면 바로 대피하려 문 앞에서 모여 자는 가족,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드잡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웃들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생경하기만 하다.
미국 칼아츠와 한예종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는 푸른색과 검은색을 주로 사용해, 사람과 사물을 조명에 비친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뜨리거나 크고 작게 변형한다.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다. 아이의 평화롭던 일상이 겪는 변화가 애니메이션처럼 극적으로 드러난다. 책 말미에 그림들에 담긴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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