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왜 집 벽에 글씨를 썼을까요

이태훈 기자 2024. 2.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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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어디에 있지? /앤카인드

설탕은 어디에 있지?

김태경 글·그림 | 앤카인드 | 48쪽 | 1만9000원

아침이면 가족은 모두 함께 차를 마셨다. 각설탕을 넣으면 차는 달고 부드러워졌다. 아빠는 늘 한 개, 엄마는 세 개. “달콤한 차를 마시면 아가가 먹는 엄마 젖도 달콤해질 거야.” 아이는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예쁘게 웃을 때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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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다. 며칠째 차를 마시지 못했다. 통조림도 시리얼도 아직 남았는데 설탕 통은 텅 비었다. 옆집 형이 인사도 없이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고, 아빠가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글씨를 쓰던 무렵부터였다. 게다가 가족은 매일 밤 각자 방이 아니라 현관 쪽에 모여 꼭 붙어 잠자기 시작했다.

가족이 깨기 전 설탕을 사놓으려 집 밖에 나선 아이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 끝 가게는 진열장이 텅 빈 채 잠겨 있다. 좀 더 큰 식료품점과 백화점에선 어른들이 쇼핑 카트에 통조림이며 시리얼을 좀 더 챙기려고 싸움을 벌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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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논픽션 그림책. 공습을 피하려 건물 외벽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큰 글씨를 쓰는 일밖엔 할 수 없었던 사람들, 폭격이 시작되면 바로 대피하려 문 앞에서 모여 자는 가족,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드잡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웃들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생경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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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칼아츠와 한예종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는 푸른색과 검은색을 주로 사용해, 사람과 사물을 조명에 비친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뜨리거나 크고 작게 변형한다.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다. 아이의 평화롭던 일상이 겪는 변화가 애니메이션처럼 극적으로 드러난다. 책 말미에 그림들에 담긴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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