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역대 최대 1조9000억 순매수… 가장 많이 산 두 종목은?
코스피 한 달 만에 2600선 회복
2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나란히 2% 넘게 급등했다. 정부가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발표할 주주 가치 높이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 증시에도 주주 친화 정책이 효과를 내며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루 외국인 순매수 ‘역대 최대’
이날 코스피 지수는 2.9% 오른 2615.31로 마감하며 지난달 3일(2607.31) 이후 한 달 만에 26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일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9000억원어치를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2011년 7월 8일 세운 종전 기록 1조7200억원을 12년 6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달 11일 외국인이 2조3000억원을 대량 매수하기는 했지만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계열사 지분 일부를 시간 외 거래로 대량 매매(블록딜)한 특수한 사정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날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역대 가장 많은 것이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1조450억원어치를 사들여 이틀 새 3조원에 가까운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는 작년 하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인 2조6474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도 이날 약 6400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에 힘을 보탰다. 그간 약세였던 코스닥 지수도 이날은 2.0% 오른 814.77로 강세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헤지 펀드들의 염원이었던 한국 주주 환원 정책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장바구니에 저평가주 담아
외국인들은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되던 자동차와 금융주(株)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들 종목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PBR(주가 순자산 비율)이 1배 미만이어서 그간 주가가 장부 가치에도 못 미치게 저평가됐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코스피 종목 1·2위는 현대차(5550억원어치)와 기아(2710억원)였다. 이에 이날 두 회사는 각각 9%, 12% 급등해 나란히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두 회사는 최근 대규모 배당 등 주주 환원책을 발표하며 기업 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내 더욱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쏠렸다. 작년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두 회사는 결산 배당금으로 각각 주당 8400원(배당률 4.5%), 5600원(배당률 6%)을 책정했다.
금융지주사도 외국인 매수의 타깃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1410억원)를 비롯해 KB금융(1160억원), 하나금융지주(820억원), 신한지주(570억원) 등 금융지주사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이에 KB금융(8.2%)과 하나금융지주(7.5%) 등 금융주들이 급등하며 줄줄이 장중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에서 역대 최대 순매도액인 2조4900억원어치를 팔아 외국인과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일본 선례 따라 증시 고공행진할까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언급한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를 계기로 국내 증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말이 나온다. 연초 약세였던 코스피는 지난달 17일 2435.90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작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 상장사에 부양책을 내놓도록 압박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PBR 종목 주가가 뛰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저PBR 기업에 주가 제고 계획 공시 의무화’ ‘관련 지수 및 상품 개발’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저평가 종목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추가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재”라며 코스피 지수가 1년 안에 2850까지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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