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2] 아마존의 오프라인 상점들
1994년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한 아마존이 2015년 시애틀에 첫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의아함과 신선함의 복합된 반응이 나왔다. 가격 경쟁과 편리함을 바탕으로 많은 서점을 초토화해놓고 무혈입성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서점의 구성은 신선했다. 듀이 십진분류법(Dewey Decimal Classification)을 따라 전문 분야별로 책을 전시했던 기존의 서점들과 달리,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분류한 것이다. 즉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의 구분이 아닌 ‘소비자 만족도 4.5점 이상’, ‘현시점 베스트셀러’, ‘주요 미디어 추천’ 등과 같은 식이다.
이후 아마존은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상점들을 시도했다. 뉴욕의 소호에는 아마존닷컴에서 4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제품만을 취급하는 ‘아마존 4스타’ 상점을 열었다. 역시 ‘소비자들의 희망 품목 베스트’, ‘금년의 최고 히트상품들’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분류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로스앤젤레스 근교 글렌데일(Glendale)에 ‘아마존 스타일’ 패션 매장을 열었다. 진열된 50여 브랜드의 옷을 보고 QR 코드를 이용해서 본인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하면 지정된 탈의실에 옷이 도착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아마존 스타일’은 일 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아마존 4스타’ 매장도, 68개까지 확장했던 아마존 서점들도 모두 폐점했다. 흔히 ‘브릭 앤드 몰타(Brick and Mortar)’로 불리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브랜드의 다른 가치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햇볕을 쬐며 쇼핑할 때는 특별하고 세련된 감성을 원한다. 하지만 아마존의 오프라인 상점들에는 고객 흡입을 위한 공간의 매력이 결여되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없어 마치 창고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기분에, 점원들도 그저 “QR 코드만 찍으면 필요한 정보가 다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상품을 잘 알고 친절한 누군가가 나의 쇼핑을 도와주는 정서적인 교류는 없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의 번화가에서 쇼핑을 할 때 이런 창고 같은 상점에 들어가고 싶은가? ‘아마존 스타일’에서 추구했던 건조한 스타일에 고객은 공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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