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은 가야 경질 면할 텐데”... 심판대 선 클린스만 리더십

배준용 기자 2024. 2.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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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식지 않는 경질 논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은 독일의 전설적 골잡이였지만 감독으로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한국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린 그는 정작 한국 대표팀 감독으론 경기력이 부진해 “선수로, 감독으로 한국 축구를 두 번 울린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부임 초부터 아시안컵 8강전까지. 이 논란이 멈추질 않는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 얘기다. 아시안컵 직전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2차 예선 세 경기를 모두 승리했고, 그에 앞서 평가전에선 베트남과 튀니지, 사우디를 모두 꺾으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전’이랄 수 있는 아시안컵이 열리자 다시 여론이 등을 돌렸다. 조별예선 바레인전에서 이강인이 활약해 3대1 승리를 거뒀지만 첫 경기부터 수비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불안한 모습이 드러났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와 3대3 무승부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우승해도 잘라야 한다”는 조기 경질론이 불붙은 상황.

지난달 31일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승리한데 이어 3일 열린 8강전에서도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축구 팬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시안컵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기 시작했다. 아시안컵이라는 ‘실전’에서 보여준 클린스만의 축구를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끌고가는 게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다. 8강전이 열리기 앞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선수들은 “좋다” 하지만... 반복되는 ’해줘’ 축구

축구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팀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일부 선수들 사이에선 “분위기는 벤투 감독 때보다 더 좋다”는 말까지 나온단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계 인사 A씨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을 신뢰하고 자유로우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들었다. 전술적으로도 자유를 높게 부여해 선수들이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주장 손흥민도 작년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의 축구에 대해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말하는 자유로움 안에 약속된 플레이나 세밀함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꾸역꾸역 승리하고 있지만 빈틈없고 조직적인 축구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형철 SPOTV 축구해설위원은 “전체적으로 선수들 간격이 너무 넓고 위치가 잘 짜이지 않은 모습”이라며 “그러면서도 움직임이 겹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온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공격에 너무 쏠려 있어 수비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축구를 하고 있다”며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가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부진하다 보니 다급하게 ‘플랜B’를 찾는 모습”이라고 했다.

김진수와 이기제 등 왼쪽 풀백들이 부상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해설위원 B씨는 “오른발잡이 설영우를 왼쪽 풀백에 놓는다면 왼쪽 측면 공격수는 직선적으로 크로스를 올릴 수 있게 배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동선이 꼬이고 상대 수비에게 막히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오른쪽 측면에서도 공격 시 이강인과 풀백이 비슷한 위치에서 패스를 받으면서 꼬이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고 꼬집었다.

감독이 전술로 해법을 찾지 못하니 부담은 손흥민, 이강인 등 에이스급 선수들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해줘’ 축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 8강전에서도 손흥민의 영웅적인 활약이 없었다면 탈락이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클린스만 감독이 ‘깜짝 카드’로 사우디전에서 꺼내 든 스리백 전술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임형철 위원은 “무너진 수비 밸런스를 잡고 사우디의 스타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스리백 시도 자체는 좋은 아이디어였다”면서도 “역시나 선수 간격에 문제가 있었고 선수들 인터뷰를 봐도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사우디전에서 후반 실점 이후 포백으로 전환한 뒤에야 비로소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국가대표 출신 축구계 인사 C씨는 “선수들이 빌드업부터 수비 위치를 잡는 것까지 스리백 시스템을 낯설어하더라”며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겠다고 장담한 것에 비하면 급조된 듯한 모습이라 아쉬웠다”고 말했다. 8강전에서도 호주의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다 캡틴 손흥민의 극적인 활약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월드컵을 제외하면 대표팀에 가장 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안컵을 조직적으로 잘 준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수 선발과 활용도 아쉽다는 얘기가 많았다. 해설위원 B씨는 “네임 밸류를 보면 이번 대표팀이 2002년 멤버 이후 가장 강력한 멤버임에도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건 결국 감독 책임”이라며 “스쿼드 숫자도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났는데 부상이나 현재 컨디션 등을 감안하지 않고 스쿼드를 구성한 탓에 풀백에서부터 밸런스가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C씨는 “이기제는 소속팀에서도 출전 기회가 적은 상태였는데, 이런 선수를 뽑아서 경기에 내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결국 선수가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선수들 각자는 열심히 뛰어도 감독이 조직해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갈 테니 안타깝다”고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조규성이 1일(현지시간)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목표는 월드컵... 최소한 ‘플랜 B’라도”

8강전에 앞서 전문가들은 “8강전 결과, 우승 여부와 무관하게 축구협회가 감독 경질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8강에서 지면 경질 여론이 더 커질 것”이라며 “단기간에 경기력이 확 좋아지긴 어렵다. 이기더라도 불만이 계속 나올 것 같고, 이번에 우승하더라도 내용과 과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설위원 B씨는 “아시안컵이 힘들고 우승하기 어려운 대회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표팀의 최종 목적지가 월드컵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시안컵에서 지금까지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과연 다음 월드컵을 믿고 맡겨도 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씨는 “만약 이번에 결승까지 간다면 당장 축구협회가 클린스만을 경질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그때도 월드컵에 맞춘 ‘플랜B’는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임형철 위원은 “경질이 어렵다면 훌륭한 전술 코치를 선임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4강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이후 독일 대표팀을 세계 최강팀으로 만든 요아힘 뢰브 감독이 당시 수석코치로서 전술 역량을 보충해준 결과라는 게 축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임 위원은 “만약 감독을 교체한다면 외국 감독이든 국내 감독이든 확실한 축구 철학을 가지고 대표팀에 명확한 스타일을 입혀줄 수 있는 감독,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명확한 감독이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대표팀 자원을 보면 공격 중심의 축구를 하는 감독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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