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아, 세비도 기업 이윤에서 나옵니다
[서민의 정치 구충제]
중대재해법 협상 불발에 영세사업장만 죽어난다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민생을 도외시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건만,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사업장 내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골자가 사업주의 형사처벌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지만,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더 문제다.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데, 경우에 따라선 징역과 벌금을 모두 부과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펼 수도 있겠다.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사업주가 아무런 처벌도 안 받는다는 게 말이 돼?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근로자가 지침을 어기고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느려터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계단으로 가다 굴러 떨어질 수도 있잖은가? 실제로 이 법이 시행된 2022년에도 산재로 사망한 사람은 644명이나 됐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459명이 사망했으니 산술적으로 600명은 넘을 것 같다. 좌파들은 법 시행 이전인 2021년의 683명에 비해 줄어들었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저 수치는 오히려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 법안의 여파는 근로자 50명 미만 영세사업장에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규모가 큰 사업장은 근로자 안전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영세사업장은 그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곳은 건설 현장을 비롯한 영세사업장이 대부분. 이런 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사장이 구속된다면, 그 업체가 존속할 수 있을까? 중대재해법 원년인 2022년, 5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이 법을 적용한 것은 이런 이유였지만, 추가적인 유예를 해달라는 법안이 야당의 거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식당, 미장원, 편의점 등의 사업장도 알바생을 포함해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기만 하면 적용 대상이 됐다.
물론 사망자나 부상자가 생겼다고 무조건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을 따지는 규정이 모호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혈관이 터져서 사망하는 사건이 났을 때 병원장을 처벌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만에 하나라도 구속될 위험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인간의 심리. 근로자를 4명 이하로 줄이거나 문을 닫아버리는 사업장이 속출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윤 대통령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도외시한다”며 야당에 유감을 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좌파들이 사업가를 좌절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발표한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 하지만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자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였고, 이는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문 정권은 통계를 조작하면서까지 “소주성은 실패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다”라고 우겼지만, 이 정책의 입안자인 장하성이 2년 만에 경질됐고, 그 이후에 최저임금을 거의 동결하다시피 한 것은 좌파들도 소주성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증거다. 작년 말 한 좌파 언론사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많이 올렸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가 더 많이 올렸다’는 칼럼을 실은 걸 보면, 소주성 실패 책임을 보수 정권에 덮어씌우려는 공작도 시도하는 모양이다.
2023년 11월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해악으로 따지면 소주성보다 더하다. 하청 업체 직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데다, 불법 파업 시 노조가 해야 할 손해배상도 대폭 제한해준다는 내용.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파업이 잦은 대한민국은 파업 천국이 될 테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은 “반(反)노동자 정부”라며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지만, 그렇게 좋은 법안이면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통과시키지 않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
전 세계에서 가장 세율이 높은 상속세도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3대를 가지 못하고, 부자들이 떠나는 나라 순위에서도 대한민국이 브라질,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상속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두 배 높은,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상속세가 세계 최고액인 12조원에 달하고, 게임 회사 넥슨은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바람에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됐을 정도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윤 대통령이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좌파들은 타협할 뜻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생명법을 발의해 삼성생명을 이용한 삼성전자 지배를 막으려 하던데, 이 경우 국내 최고의 효자 기업 삼성전자가 외국 자본에 팔려갈 수도 있다!
궁금할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국부의 원천. 그런데 기업들을 다 문 닫게 하면 좌파들은 어떻게 민생을 챙기겠다는 걸까?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기본소득제는 그래서 나왔다. 굳이 일을 안 해도 일정 수준의 돈을 줄 테니, 기업 걱정은 그만하라는 것. 그 액수가 연 100만~200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장차 월 50만원까지 늘려준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재명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정치인이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좌파 사상으로 무장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원유 사업을 국유화했고, 원유를 팔아 생긴 수입을 국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때마침 기름 값이 폭등해 국민은 풍악을 울렸고, 차베스는 대통령 선거에서 연전연승한다. 심지어 종신 대통령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치기까지 하지만, 2010년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는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결국 국가 부도를 선언한 베네수엘라는 먹고사는 게 힘든 것은 물론 치안도 최악이라, 경찰 대신 갱단이 통치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베네수엘라는 석유라도 있었지만, 가진 거라곤 인적 자원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다 없앤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 마디. 기업 걱정 그만하라는 민주당 의원님들, 당신들 세비도 다 기업들 이윤에서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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