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방관 순직 10명중 7명, 샌드위치 패널 화재였다
문경 화재처럼 불에 취약, 쉽게 붕괴
전국 건설현장 절반 샌드위치 패널
10곳 중 1곳은 부적합 자재 적발도
국토부 조사 결과 24곳은 아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 패널과 같은 복합자재의 경우 화재 시 수축 정도를 보는 ‘콘칼로리미터 시험법’ 등 4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화재 성능이 인정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 불이 나면 단열재 부분이 급격히 녹아내려 건물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조차 건물 붕괴로 고립돼 순직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월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화재에선 송탄소방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는데, 우레탄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불길이 커져 소방관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잔불 처리 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다시 불이 붙으며 퇴로가 차단돼 광주소방서 소방관 1명이 고립돼 순직했다.
샌드위치 패널, 불에 급격 수축… 유독가스 뿜고 붕괴위험 키워
[소방관 앗아가는 샌드위치 패널]
화재현장 소방관 잇단 순직
평택-이천 물류창고 화재때도… 샌드위치 패널 건물 진화하다 순직
전문가 “층과 층 사이 불연재 사용해… 다른 층 화재 확산되는 것 막아야”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시 전소(全燒)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층과 층 사이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해 화재가 다른 층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샌드위치 패널 기준 더 높여야”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품 공장 화재도 4층 규모의 공장 내외부 전체가 인화성이 강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타버릴 만큼 피해가 컸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화재 지점까지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화세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30분 뒤 대응 1단계, 25분 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해야 할 정도로 불길은 급속도로 번졌다. 불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박찬용 씨는 “지붕 환풍구에서 불이 나와 신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붕까지 불이 붙었다”며 “곧 건물 외벽 전체로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도 “불길이 짧은 시간에 건물 전체로 급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완진까지 13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 규제 강화됐지만, 사각지대도 많아
부적합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샌드위치 패널 사용 건물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은 2019년 13.7%에서 2022년 9.5%까지 줄어들었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계속 발생해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2021년 12월 주요 건축자재에 대해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하며 안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방관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망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1명, 2022년 1월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에서 3명, 이번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2명 모두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변을 당했다.
현재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자재를사용해 건물을 지으려면 ‘준불연’ 이상의 자재만 사용해야 한다. 히지만 품질인정제도 시행 이전 지어진 건물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어려워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화재가 난 건물 역시 2020년 건축돼 품질인정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샌드위치 패널의 효율성이 높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불연 소재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미네랄울 등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면 불연화가 가능하다”며 “샌드위치 패널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실제 시공 현장에서 준불연 인정을 받은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일 화재 현장에선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이뤄졌다. 합동감식에는 경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소방본부 등에서 30여 명이 참여했다. 소방청 화재조사팀은 무너진 건물 내부를 3차원(3D) 장비로 스캔했고,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은 바닥에 쌓인 기름 막의 폭과 길이를 재며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불이 어디서 처음 시작했고 왜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피해를 키운 것인지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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