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9년전 연장전 눈물 되갚았다…호주 꺾고 4강 진출
7일 0시 요르단과 다시 4강전 격돌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은 9년 전인 2015년 1월 31일 호주 시드니 선코프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당시 한국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와 맞붙어 연장 혈투 끝에 1대2로 졌다. 23세였던 손흥민은 경기를 마치고 “우리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 경험을 쌓아 다음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9년 뒤. 3일 한국 대표팀은 같은 대회에서 다시 호주를 만났다. 이번엔 8강. 카타르 알 와크라에 있는 알자누브 스타디움이 무대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호주는 25위. 백중세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28전 8승11무9패를 거뒀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초반은 9년전 데자뷔
경기는 9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전반 42분 황인범(28·즈베즈다)이 수비 진영에서 건넨 패스가 호주 선수 발에 걸렸다. 안일한 패스였다. 호주는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패스를 이어가다 여의치 않자 공을 오른쪽으로 돌렸고 이 공이 다시 골대 왼쪽으로 넘어왔다.
여기서 크레이그 굿윈(33·알 와흐다)이 왼발로 바로 강하게 차 골대 왼쪽에 꽂았다. 수비수들이 문전 앞 호주 선수들을 제대로 따라붙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허망하게 골을 내줬다. 9년 전에도 한국은 전반 45분 호주에 골을 허용한 바 있다.
호주 밀집수비에 계속 고전
한국은 전후반 내내 호주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호주 선수들은 절대 무리한 전진을 하지 않고 두터운 수비벽을 유지한 채 역습에 집중했다. 전반 점유율이 70대30(%)일 정도로 한국이 절대적으로 앞섰지만 정작 수비벽을 뚫지 못한 채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 별다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되레 골만 내줬다. 전반 슈팅 수는 점유율과 정반대로 0-6.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일관했다는 얘기다.
후반에도 전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반 8분 호주가 왼쪽에서 올린 공을 마틴 도일(31·하이버니언)이 머리를 강하게 갖다 댔다. 이를 조현우(33·울산)가 가까스로 앞으로 쳐냈는데 이 튀어 나온 공을 도일이 다시 슈팅했다. 조현우가 또다시 기적적으로 공을 막아냈지만 공이 또다시 골문 앞으로 흘렀고, 이 걸 미치 듀크(33·젤비아)가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다행히 공은 골대 위로 빗나갔다. 실점과 다름 없던 순간이었다.
후반이 끝나갈 때까지 한국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침투 패스에 이은 크로스가 올라와도 번번이 장신 호주 수비수들 머리에 걸려 밖으로 흩어졌다.
또다시 추가 시간 기적 “손흥민!”
이윽고 추가 시간.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추가 시간 기적을 만들어냈던 한국은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 그러니까 93분에 손흥민이 페널티 아크에서 수비수 3~4명 사이로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했다.
이전까지 돌파를 시도하다 무리하다 싶으면 다시 동료에게 패스를 내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작정하고 골라인 쪽으로 밀고 갔다. 이 때 당황한 호주 수비수가 태클로 막는다는 게 손흥민 발을 건드렸다. 주심은 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호주 선수들이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화면으로 봐도 호주 수비수가 공보다 손흥민 발을 먼저 건드린 게 확연했다.
이 페널티킥은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맡았다. 손흥민, 이강인(23·파리생제르망)과 뭔가 말을 주고 받더니 황희찬은 공을 들고 페널티 지점으로 갔다. 키커를 자처한 듯 했다. 킥 휘슬이 울렸는데도 한참을 심호흡하던 황희찬은 강하게 왼쪽 위를 노렸고 호주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손 쓸 수 없이 골망을 강타했다.
연장 역전 이번에도 “손흥민!”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낸 한국은 9년전처럼 또 연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9년전과는 결말이 달랐다.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과감한 드리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 호주 수비수가 발을 걸었다. 페널티킥인가 했지만 페널티라인 바로 앞 프리킥. 약간 골문 왼쪽이었다. 천금같은 기회. 공 앞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섰다. 누가 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벼락같이 오른발로 공을 감아찼고, 이 공은 호주 수비벽을 넘어 골대 왼쪽을 갈랐다. 호주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 없었다. 2-1. 드디어 역전. 관중석 곳곳에 있는 한국 응원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손흥민을 연호했다.
9년 전엔 호주에 연장 전반 15분에 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패퇴했는데 이번엔 한국이 연장 전반 14분 역전골을 넣었다. 당황한 호주는 수비벽을 허물고 공격에 집중했지만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에이든 오닐(26·스탕다르)이 황희찬 공을 뺏으려고 거친 태클을 하다 퇴장 당하면서 무너졌다. 처음엔 옐로 카드였지만 심판이 VAR을 본 뒤 레드 카드로 색깔을 바꿨다. 황희찬 발목으로 축구화 바닥이 들어와 부딪혔기 때문에 당연한 판정이었다.
그 뒤로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한국이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고 계속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손흥민과 이강인이 골문 앞에서 잇따라 멋진 슛을 날렸지만 살짝 골대를 빗나가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혀 추가점을 올리진 못했다.
연장 후반 호주는 200cm 수비수 해리 사우터(26·레스터 시티)를 최전방으로 끌어 올리면서 일단 길게 공을 띄운 뒤 제공권을 통해 한국 수비를 뚫어보려 했으나 정확도가 떨어졌다. 경기는 그대로 2대1로 끝났다.
한국의 아시안컵 4강 진출은 9년만이다.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는 중동의 복병 카타르와 8강에서 0대1로 지면서 일찍 짐을 싸야했다. 한국은 7일 0시 요르단과 4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요르단과 2대2로 비긴 바 있다. 다만 한국은 이날 수비 핵심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뛸 수 없는 악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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