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저울질하던 민주당, 결국 이재명에게 맡겼다
결론 못낸 비례 선거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고, 이 대표에게 포괄적인 권한이 위임됐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격론을 벌였으나, 친명계 지도부 다수가 선호했던 ‘전당원 투표를 통한 병립형 선거제 회귀 결정’은 끝내 관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제의 구체적 당론 내용 ▶당론 의결 절차 ▶여당과의 협상 방안까지 모든 게 이 대표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치권에선 이날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 입장을 정해 주말 내 전당원 투표에 부칠 거란 관측이 유력했다. 지도부 내부에서 병립형 의견이 우세했고 이 대표 입장에선 결정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당직자들은 3일부터 전당원 투표가 가능하도록 실무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전당원 투표를 통한 입장 번복 카드가 불발된 건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전날 “전당원 투표는 제일 불길한 것으로 최악, 천벌 받을 짓”이라며 “원래 히틀러도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CBS 라디오 인터뷰)고 직격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당원에게 어떤 게 좋은지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의문이 든다”(YTN 라디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민정 최고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전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당원 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이니 투표를 해야 한다” 등 입장이 강하게 충돌했다고 한다.
선거제 자체도 합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선거제는 병립형·준(準)연동형이라는 두 가지 단순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고, 다른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 80명이 여전히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향후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이재명 대표는 “나도 지금 마음을 못 정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병립형 회귀가 현실적인 선택지인데, 이 대표 입장에선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며 “당당히 매듭짓지 않고 전당원 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반발만 불러왔다. 장고(長考) 끝에 스텝이 꼬인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탈당파가 만든 미래대연합 설주완 대변인은 “어제는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다더니 오늘은 이재명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한다”며 ‘봉숭아학당’이라고 꼬집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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