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서 빚 갚자"…새해 목표 2순위는 '돈 모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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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작심삼일 그만, 금주·운동할 결심 체험기
결혼 3년차인 서진영(37)씨의 새해 목표는 2년 안에 ‘1억원 모으기’다. 서씨는 지난해 신혼부부 특별 공급으로 주택청약에 당첨됐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대출에 대한 부담감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고민 끝에 서씨 부부는 2세 계획은 물론 매년 가던 해외여행도 1억원을 모을 때까진 미루기로 합의했다. 서씨는 “대출금리가 부담스러워 여윳돈이 생기면 바로 중도금을 갚고 있다”며 “입주 시점까지 잔금 치를 돈을 최대한 마련하는 걸 올해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결심은 달라도 의지는 같다. 특히 2040세대의 경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건강·행복 같은 큰 소망 대신 ‘돈’과 관련한 구체적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건강 유지와 회복’ 다음으로 많이 꼽힌 새해 결심이 ‘재산 축적, 빚 탕감’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위에서 지난해와 올해는 2위로 올라섰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돈 문제 해결을 새해 목표로 삼는 비율이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젊은층의 관심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서비스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비정규직 등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2030세대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20대에 독립하는 가구가 늘고 이로 인해 전월세 보증금 대출 수요 또한 커지면서 젊은층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석일(27)씨는 지난해 어렵게 직장을 구했지만 6개월간 저축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첫 월급을 받은 뒤 매달 30만원씩 내는 적금 상품에 가입했지만 이마저도 두 달 만에 해지했다. 김씨는 “학자금 대출 상환하고 월세·식비 등을 제하고 나니 저축은 언감생심이더라”며 “마흔 전에는 내 집을 갖고 싶은데 이대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올해는 최대한 씀씀이를 줄여 돈을 모으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돈’을 새해 소망 1순위로 꼽았다. 2018년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창업한 윤지혜(42)씨는 한때 하루 평균 매출이 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은 윤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 400만원의 임대료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윤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좋아질 거란 믿음 하나로 버텨 왔는데 지난해 원두 등 각종 부자재 가격이 급등해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는 어떻게든 빚을 줄이기로 결심한 뒤 온라인 사업도 병행하는 등 마음을 굳게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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