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맹주 이란, 경제·군사력 낙후돼 중동 확전 역부족
이란의 야망과 고민
중동에서 새로운 사태가 터질 때마다 우려되는 확전의 중심에는 이란이 있다. 새로운 사태를 일으키는 주체가 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민병대, 이라크 이슬람 저항운동,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모두 친이란 시아파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란으로부터 군사·자금 지원을 받아 이란의 대리자(Proxy)로 불린다. 지정학적으로 이란에서 이웃 이라크, 그 주변의 시리아와 레바논, 그리고 이란에서 뱃길로 연결되는 예멘을 중동의 ‘시아파 벨트’로 부른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 신자가 대부분이지만 반이스라엘·반미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이란과 실질적인 동맹 관계다. 이들 무장조직은 모두 이슬람 이념·원칙·규범으로 통치하는 정치 체제를 실현하고 율법으로 사회를 다스려야 한다는 이슬람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이란은 이런 시아파 벨트의 맹주로서 동맹 세력들을 규합해 반미·반이스라엘을 내세우면서, 역내 1인자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찮다. 중동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무엇보다 이란이 보유한 군사·경제적 역량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1~4차 중동전쟁 때처럼 이집트·요르단·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 등 아랍국가들이 뭉쳐서 아랍민족주의에 따라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일은 현재 국제 정치 상황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이집트는 지난 1979년, 요르단은 1994년에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했으며, 모로코도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수교를 추진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잠시 멈칫하고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면서 영토(골란고원)를 상실한 시리아와 여러 차례 분쟁으로 이스라엘군의 일부 지역 점령 등을 겪은 요르단 정도만 이스라엘에 적대하는 정도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내전을 벌여 이스라엘과 정면 대결에 나설 여력이 없다.
이에 불구, 확전 우려가 그치지 않는 이유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탄생한 이란 때문이다. 반미·반이스라엘의 핵심축이 이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나 그 대리자가 현대식 군대를 보유한 이스라엘을 공격해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후티 반군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지원해 홍해 인근을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위협도 글로벌 경제에 주는 타격은 크다. 물류난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체들은 현재 홍해를 피해 희망봉으로 돌아가느라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홍해의 동맥 경화는 서방은 물론 중국이 나서 이란을 압박해 후티 반군에 대한 미사일 공급 중단과 홍해 운항 선박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중단할 경우 의외로 해결될 수도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첨단 기종인 F-35 39대를 비롯, F-15 109대, F-16 175대를 운용하면서 11대의 공중급유기도 보유해 장거리 타격 능력까지 갖췄다.
이란 군대가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작지 않다. 이란은 반혁명을 막기 위해 군을 이란이슬람공화국군과 혁명수비대라는 두 개의 군대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군은 육·해·공군과 방공군의 4군 체제로 이뤄졌으며 약 38만 명의 현역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5군 체제로 병력이 21만 명 정도다. 육·해·공군과 해외작전·비정규전·군사정보를 담당하는 쿠드스군, 혁명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직접 창설해 치안·보안 등을 담당하는 민병대인 바시즈로 구성됐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이란의 2024년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이르는 101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를 혁명수비대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란의 군사력은 내부 반란을 막는 데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핵 개발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로 주 수입원인 석유와 가스를 제대로 수출하지 못하는 것도 이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과 2위의 가스 자원을 자랑하는 이란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234달러로 세계 120위에 불과하다. 경제난에 따른 국민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란은 지금 초조하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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