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대통령에 질문 못하면 민주사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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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
미 바이든 첫해 절반도 안돼
지도자와 국민간 진정한 소통은
얼굴 보고 목소리 들어야 가능
」
대통령의 언론 소통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작동 상태를 보여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되며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동시에 지도자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지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지도자의 생각과 정책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유일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언론 소통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건강한지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기능한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내용의 전달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감정의 공유다.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인간이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판단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으로 메시지 내용과 음성, 그리고 용모와 자세, 제스처 등 몸짓언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비중은 7대38대55라는 ‘메라비언의 규칙’을 주장한 바 있다. 대중 앞에서 직접 말하지 않을 때 소통의 효과는 최대 7%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면, 지도자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로 나설 때 국민들과 100%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지도자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자회견이 필요한 이유다.
지도자가 국민들과의 감정 공유에 실패했을 때 불통이라는 비판이 빗발친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그의 소통 방식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숄츠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등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숄초마트(Scholzomat, 숄츠와 기계를 뜻하는 Automat의 합성)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민들과의 감정 공유에 실패해 자신이 차가운 기계로 느껴지게 함으로써 정치적 동력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훌륭한 정책만으로 지도자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의 얼굴과 몸짓, 목소리를 통해 내용이 전달될 때 비로소 감정의 공유를 느끼고 완전한 소통을 경험하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게 된다. 미국 백악관의 최장수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가 “미디어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며 대통령 기자회견은 그것의 가장 뚜렷한 증거”라고 했다. 토머스의 일갈은 이렇게 이어진다.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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