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슈퍼히어로된 느낌…우리 노래,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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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3’ 홍이삭·소수빈
전 세계가 K팝에 열광한다지만 노래를 들으며 감동할 일은 잘 없다. 세련된 공산품같은 노래에 중독은 될지언정 감동은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최근 종영한 JTBC ‘싱어게인’ 시즌3에 대국민 문자투표 60여만 통이 몰리고 콘서트 티켓이 10분 만에 동 난 건 우리가 아직 인간적인 노래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1·2위를 차지한 ‘무명가수’ 홍이삭(58호)과 소수빈(49호)의 무대에 늘 감동했던 것도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노래하는 이들의 정직한 목소리가 너무도 순수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외치는 음악 같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적확하다.
사실 파이널은 긴장감이 없었다. 미리 공개된 온라인 투표와 동영상 조회수에서 워낙 둘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막판 음이탈을 한 홍이삭이 심사위원 평가에서 앞선 소수빈을 문자투표로 뒤집는 역전극이 있었을 뿐. “결국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누구 음악이 좋아졌는지가 중요한 거잖아요. 심사위원 점수는 잠시 기분이 좋을 뿐, 지나고 나면 큰 의미 없는 것 같아요.”(소)
일찌감치 라이벌 구도 형성 화제몰이
오히려 일찌감치 두 사람이 맞붙은 2라운드와 5라운드가 하이라이트였다. 라이벌 구도인 둘의 한치 양보 없는 진검승부에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었지만, 막상 이들에겐 전우애가 싹텄단다. “5라운드 상대로 형을 지목했을 때 저를 응원하는 분들은 엄청 뭐라 했지만, 그게 옳은 선택이었어요. 우리 행동 하나하나가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쉽게 넘어갈 수 없었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어야 배울 게 있잖아요. 실제로 많이 배웠어요. 결국 져서 패자부활전에 갔는데, 음악 인생에서 가장 진귀한 경험을 했죠. 그 순간에 너무 집중해서 뭔가에 씐 느낌을 받았는데, 나중에 봐도 그 때 표정은 제가 아닌 것 같아요.”(소)
“저는 사실 피하고 싶었어요.(웃음) 왜 이렇게 힘들게 하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수빈이를 잊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고민했죠. ‘싱어게인’이란 방송이 그런 것 같아요. 승부에 대한 갈급함과 동시에 내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더군요.”(홍)
사실 홍이삭은 그 누구도 대적하고 싶지 않은 강적이었다. 2019년 ‘슈퍼밴드’로 주목받은 이후 꽤 인지도를 얻었다. ‘찐무명’이 아니라는 얘기다. “30대 중반이 되니 고민이 많아졌어요.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통장에 돈이 없거든요.(웃음) 저만의 결을 갖지 못한 것도 불안했죠. 수빈이처럼 소신 있게 자기 결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안정적인데, 내면이 성장하기 전에 쉽게 유명해지는 길을 좇아왔던 게 잘못이란 걸 절감하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 ‘싱어게인’이 왔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한계에 부딪쳐 보고 떨어지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생각했고, 가진 걸 다 쏟자는 각오로 도전한 거죠.”(홍)
“좀 슬픈 게 중간이 없거든요.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과 명성의 지점은 있는데 중간이 결국 오디션 프로인가 봐요. 100석, 200석짜리 공연장에서 지속가능한 문화가 없으니까요. 로드맵도 없이 페스티벌이나 행사를 뛰다 보면 내가 성장하고 있단 걸 알 수 없죠. 안개가 껴서 내가 보이지 않았어요.”(홍)
문자투표 60만통, 콘서트 10분 만에 매진
“이야기를 본인이 만드는 방송이었어요. 정말 원하면 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방송이 원하는 방향도 있겠지만, 본인이 자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자기 능력을 계속 시험하면서 재밌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내 한계를 알고 있는데, 어떤 순간 슈퍼히어로 같은 힘이 나온다는 걸 깨닫는 거죠. ‘싱어게인’ 하면서 아직 더 할 게 있단 것도 알게 됐어요.”(소)
지금도 소년같은 외모의 소수빈은 솜사탕처럼 포근하고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촉각적인 음색이 귀를 간지럽힌다. 그런데 자기 음악에 대한 확신이 단단하다. 어릴 적 장난치다 오른쪽 검지가 절단되고도 독학으로 기타를 마스터 할 수 있었던 것도 애초에 자신을 의심하지 않아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장롱 타고 올라가다가 손가락이 끼어서 잘렸어요.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이긴 했죠. 근데 애초에 기타를 치기 전에 다쳐서 익숙해요. 손가락이 짧아서 기타 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도 안 해봤죠. 어릴 땐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나의 자랑으로 삼고 있어요.”(소)
“20대 때 부정교합이 심해 음역대도 좁고, 얼굴도 비뚤어져서 무대 서기도 부끄러웠어요. 버클리 음대 유학을 가느라 집안 기둥뿌리도 뽑혀 있었고요. 막다른 길에서 후원을 받아 수술을 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음역대와 발성도 좋아졌고, 잘생겼다는 말도 서른 지나 처음 들어봤어요.(웃음) 사실 지금의 얼굴과 성대가 제 것이라 생각 안해요. 선물로 받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죠.”(홍)
경연 과정에서 이들은 ‘나다운 음악’에 대한 갈증을 얘기했었다. 주로 남의 노래를 불렀던 ‘싱어게인’에서 100% ‘나다운 음악’을 들려주진 못했을 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이유다. “49호는 49호답게 할 겁니다. ‘쉬운 가수’를 내걸고 나온 만큼, 나만 어려우면 되고 여러분에게는 쉬운 가수로 남으려고요. 아직 못 보여준 게 많아요. 재즈, 블루스도 잘하고 웅장한 것도 좋아하거든요. 경연은 차력쇼가 아니니까 안 했을 뿐이죠.”(소)
“전 좀 차력쇼를 한 것 같아요.(웃음) 매 라운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만큼 쏟아 부었거든요. 이젠 온전히 새로운 곡들에 내 이야기를 담는 게 숙제가 되겠죠. 아직 갈 길이 멉니다.”(홍)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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