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무심코 짝다리·다리꼬기…내 허리가 망가진다

2024. 2. 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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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한방
최근 대통령이 국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출퇴근의 질이 바로 우리 삶의 질”이라며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교통정책을 대거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광역급행철도를 도입해 메가시티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정책발표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장시간 출퇴근 현실이 숨어있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통근자 평균 출퇴근 시간이 72분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83.2분을 출퇴근길 도로 위에서 보냈다.

긴 출퇴근 시간은 ‘저녁 없는 삶’을 넘어 ‘아침도 없는 삶’으로 이어져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SCI(E)급 국제학술지 ‘교통건강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하루 출퇴근 시간이 60분 이상인 사람은 30분 미만인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1.16배 더 높았다.

통근 시간 길수록 우울증 위험도 커

왕복 통근 시간이 60~120분인 사람은 30분 이하인 사람에 비해 불안감이나 전신 피로를 더 많이 호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운전은 긴장감과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 자가용을 이용하면 활동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비만, 고혈압, 당뇨병의 위험도 커진다.

우울증은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은 척추·관절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에 오랫동안 서 있다 보면 근골격계에 부담이 누적된다. 이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자세가 신체의 균형을 깨는 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짝다리는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골반은 척추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골반이 무너지면 척추 또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신체 균형이 깨지면 그 무게가 척추의 특정 부위에 집중되고 이로 인해 요통이 발생한다. 인파에 밀려 손잡이도 잡지 못한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급정거라도 하게 되면 밀치듯이 넘어지는 옆 사람의 체중까지도 견뎌내야 할 수 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장거리 출퇴근은 직장인들의 수면 시간 또한 방해한다. 수면 부족은 신체가 회복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척추 또한 악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나쁜 자세와 외부 압박이 지속하면 신체 균형이 무너져 허리 통증이 발생한다. 상태가 악화하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환자 중 30~50대 환자의 비중이 약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허리디스크를 언급하면 많은 이들이 강력한 진통제나 시술, 수술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중증이 아니라면 대부분 허리디스크는 비수술, 비약물 치료로도 해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의학의 추나요법과 침 치료가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환자의 비뚤어진 척추와 주변 근육 등을 밀고 당기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여기에 더해 신수혈(腎兪穴) 등 척추 주변 혈자리에 실시하는 침 치료는 근육을 이완해 혈액순환을 돕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인다.

한의학의 허리디스크 비약물 치료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과 침 치료 등의 한의학적 치료가 일반적인 약물치료보다 안정적인 치료 효과 및 삶의 질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허리디스크로 인한 하지방사통의NRS(통증숫자평가척도)를 평가지표로 사용했다. NRS는 숫자가 낮을수록 통증 정도가 약함을 의미한다. 치료 전 평균 6.9였던 NRS는 치료 9주차에 비약물 치료군은 2.83까지 떨어진 이후 비슷한 통증 정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반면 약물치료군은 9주차에 2.73까지 통증이 떨어졌으나 14주차에 다시 4점대까지 증가했다. 또한 비약물 치료군은 삶의 질과 건강 개선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EQ-5D, SF-6)에서도 약물치료군에 비교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고개 푹 숙여 폰 보면 목디스크 위험

치료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가능하다면 내 생활에 변화를 주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출퇴근길을 최대한 활용한 건강관리법이 필요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척추와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리에 앉았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이고 다리를 꼬지 않은 상태로 목과 허리를 똑바로 유지한다. 고개를 푹 숙여 핸드폰을 오랜 시간 보는 습관도 좋지 않다.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 따라 목에 머리의 2~3배에 달하는 무게가 가중돼 목디스크 발생 위험을 높인다.

서 있을 때는 몸의 중심을 잡아 체중의 압력이 양쪽 다리로 고르게 분산되도록 한다. 가방은 한쪽으로만 들거나 메지 않고 어깨에 사선으로 메야 균형이 망가지지 않는다. 무겁지 않은 가방을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발꿈치 들어 올리기를 반복하며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해 근육의 약화를 방지하는 것도 도움된다.

직장에서도 너무 앉아만 있지 않고 서서 일하는 것을 권장한다.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 1.5배가량 증가한다. 여기에 구부정한 자세와 목을 앞으로 빼는 습관은 척추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평상시 식사와 운동 등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요통이 있다면 술을 줄이는 것이 좋다. 알코올은 혈액 순환과 영양 공급을 저해한다. 또한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수분과 단백질이 많이 사용돼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 조직이 약화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햇볕을 쬐고 산책을 해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면도 옆으로 눕는 것보다는 천장을 바라보며 바른 자세로 하는 것이 척추 건강에 긍정적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이를 실행할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들의 척추 건강을 돌보는 의료진으로서 하루빨리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직장인들이 자신의 삶과 건강을 더 챙길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김경훈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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