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수학성적, 꿈쩍않는 체지방…‘이것’ 때문에 기분 상했나요 [Books]
신간 ‘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는 경제학자인 미카엘 달렌 스웨덴 스톡홀름경제대 경영·조직학과 석좌교수와 여러 스타트업을 거치며 기술로 인한 인간행동의 변화를 추적해온 헬게 토르비에른센 노르웨이경제대 전략·경영학과 교수가 어떻게 숫자가 우리 삶을 바꿔놨는지 지난 수년 간 연구해낸 결과물이다. 연구실 실험부터 설문과 문헌 조사, 현장 연구, 인터뷰, 관찰에 이르는 모든 연구 결과를 총망라했다. 수의 역사로 시작해 숫자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과나 인간관계, 사회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우리는 매일 숫자에 파묻혀 산다.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측정하고 집계 가능한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는 24시간 내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언제 어디서나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기와 서버, 클라우드 시스템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순간순간 우리 몸의 반응을 맥박 수 등으로 살핀다. 숫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된 가상 세계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소위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차이는 팔로워 수가 결정한다. 사람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리뷰 수와 평점을 살핀다. 오죽하면 리뷰 조작업체까지 등장하겠는가.
숫자는 알게 모르게 인지에 많은 영향을 준다. 책에 소개된 한 일화가 있다. 1995년 미국프로농구 리그 NBA에서 올랜도 매직의 닉 앤더슨은 당시 전설적인 존재였던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 공을 빼앗을 수 있었던 이유가 상대의 바뀐 등번호(45번)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만약 23번(조던이 시카고 불스의 NBA 3연승을 이끌어냈을 당시 등번호)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음 시즌 조던은 등번호를 23번으로 택했고 다시 세계 최고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시카고 불스 역시 또 한 번 3연패를 달성했다. 과연 우연일까. 등번호가 낮은 선수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등번호가 높은 선수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저자들은 숫자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지배하지 않도록 하려면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분명한 것은 숫자가 매우 객관적이고 공평한 것 같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냉정하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숫자를 넘어선 질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할 때도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모두 숫자의 미로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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