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이기적 유전자’ 도킨스 박사에게 묻고 싶은 것

이지혜 기자 2024. 2.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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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드럼을 배우던 지인이 최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는 부쩍 늘어난 업무로 당장은 여유가 없어 잠시 쉬어가겠다고 했다.

본래 그는 오래 생각만 하고 있다가 나의 악기 취미 예찬론에 시작한 경우였다. 또한 나처럼 쉽사리 늘지 않는 실력에 종종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로를 응원하며 언젠가 합주를 해보자고도 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새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은 그에 대한 의지가 꽤 강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취미 생활에까지 큰 의지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겠다.

그러니 새로운 취미 생활이란 우선은 마음에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마음의 여유는 대개 시간적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지금 이 둘 다 해당되지 않으나 아직 기타 배우기를 그만둘 마음은 없다.

매주 수요일, 기타 레슨이 끝나면 나는 자괴감에 빠진다. 분명 연습했는데도 잘 안 되고, 전 수업에 했던 것을 무시로 까먹는 나 자신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레슨 시간을 혼자 복기하다가 이유 없이 분한 마음에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다.

1년 좀 넘게 기타를 배우면서 깨달았다. 어떤 취미는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매우 지난하며 때로 험난하다. 리듬 감각은 물론 음악적 재능이 전무하다시피 한 나는 기타를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남들보다 몇 배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걸 느낌적으로 안다.

그런데도 내가 기타를 계속하려는 이유는 뭘까.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할머니’로 늙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기타는 재능이 없는 걸 알았으니 다른 악기에 도전해도 된다. ‘취미는 독서’ 외에 다른 취미를 갖고 싶었으니, 독서와 기타 외에 다른 취미를 찾으면 된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미도 아니다.

그런데 왜? 매사 따지고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기타에 빠진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재익 작가 책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를 관통하는 여러 주제 중 하나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은 조금이라도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비유를 빌자면 ‘유전자의 명령’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학설만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사랑의 행위조차도 그렇다. 종족 번식의 근원적 욕망에서 비롯한 남녀 간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을 포함해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하는 넓은 의미의 애정도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0.01퍼센트라도 높이는 행동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만날 가능성조차 없는 누군가에게 빠져 돈과 시간을 쓰는 행동은 어떤 심리에 기인하는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 박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저는 왜 오타니에 빠진 걸까요? 제 유전자는 왜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요?”

생존과 전혀 상관이 없는, 그것도 사람이 아닌 ‘기타’에 빠진 이유는 결국 도킨스 박사에게나 물어야 할까. 누가 좀 알려주세요.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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