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일본 이토 준야 퇴출, 이제 진실공방 시작…첫 보도 매체 "거짓 고발 주장, 피해 여성에게 이중 피해"

조용운 기자 2024. 2.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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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연합뉴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성 스캔들의 파장이 크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성범죄 혐의에 연루된 이토 준야(31, 스타드 드 랭스)의 퇴단을 놓고 상당한 고민을 했다. 한 차례 퇴출 결정을 번복했다가 끝내 소집 해제를 택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지난 1일 "이토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토의 심신까지 고려해 오늘부로 대표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대한 아시안컵 도중이지만 대체 발탁 없이 이토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초강수는 하루 만에 달라졌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을 만나선지 16강이 끝나기 무섭게 2일 "이토는 대표팀에서 하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수단이 이토와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인 게 주효했다. 대체로 성폭행 혐의가 사실로 결정나지 않은 데 너무 섣부른 결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번복이었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결론이 달라졌다.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하루 만에 입장이 두 번이나 번복. 이란과 8강전을 앞둔 상황에 팀 분위기가 흉흉하다.

앞서 일본 언론 '주간 신조'는 이토가 지난해 여성을 성폭행을 한 혐의로 고소됐다고 전했다. 이토는 작년 6월 오사카에서 여성 2명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호텔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토는 A매치 페루전을 위해 오사카에 체류하고 있었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연합뉴스

이토를 고소한 20대 여성 A씨는 "만취 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토의 몸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A씨는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토 측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형사 고소를 택했다.

현재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이토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허위 주장 혐의로 맞고소를 했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이토의 대리인은 오사카부 경찰에 맞고소장을 제출했고, 여성 A씨의 진술이 부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 성폭행에 관한 물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선수단은 말을 아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첫 보도가 나온 뒤 이토와 관련해 "미디어에 나온 내용은 파악하고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 어떠한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토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다만 선수단의 흉흉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본 일간지 '겐다이'는 "일본축구협회의 스폰서 및 중계사들이 '이토가 화면에 잡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시작하면 모리야스 감독도 출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제적으로 얽힌 부분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었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퇴출과 번복 또 다시 소집 해제를 반복하며 어수선한 시간을 보낸 모리야스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회 끝까지 남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이토와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동의했고, 내일 경기에 뛰지 않게 됐다"며 "지금까지 승리에 헌신한 선수였다. 유감스러운 측면은 있지만 선수 본인의 심리상태가 중요하다. 최대한 이토 준야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원래 경기력으로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서 "이토의 성범죄 의혹을 과도하게 몰아가는 걸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부탁했다. 모리야스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여전히 이토의 허위 주장을 믿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이토의 성범죄 혐의를 처음 보도한 주간 신조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취재 결과 여성 피해자들의 고소가 사실임을 확신하게 됐다. 그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가 엄청난다"며 "형사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기에 이토와 일본축구협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토의 허위 고발 주장은 피해 여성에게 이중으로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행위다. 주간 신조는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다룰 것"이라고 진실공방을 피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결국 이토가 아시안컵을 중도 하차한다. 8강에서 강호 이란을 상대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악재다. 이토는 모리야스 제팬의 핵심 자원이다. 2017년 처음 일본 대표팀에 승선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주요 공격수로 활약했다. 모리야스 감독이 부임한 뒤 더욱 입지를 굳혔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토는 조별리그 베트남과 1차전, 이라크와 2차전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인도네시아와 최종전에서는 이라크전에서 받은 경고를 고려해 종료 4분 전에야 투입됐다. 16강을 대비한 포석이었지만 성범죄에 연루되면서 전력에서 이탈하는 단계까지 몰리게 됐다.

일본이 이토를 선수단에서 추방한 가운데 소속팀 랭스도 바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토와 관련한 소송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토의 평소 인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오사카 당국의 조사를 일방적으로 지지할 정보는 없다. 지금은 이토와 연대할 뜻을 밝히며 법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토의 혐의가 사실일 경우 구단은 강한 입장을 밝힐 뜻도 내비쳤다. 랭스는 "이러한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오랫동안 우리 구단은 모든 형태의 여성 폭력에 맞서 싸우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엄중하게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 2일 다지마 유키조 일본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토 준야의 이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한편 일본은 이토 없이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일본은 요르단을 3-1로 비교적 쉽게 이겼다. 이토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가 선제골을 넣은 가운데 이강인의 절친인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추가 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요르단이 스즈키 자이온(신트 트라위던)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따라붙었지만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의 쐐기골로 3-1 승리를 챙겼다.

일본의 다음 상대는 이란이다. 이란은 16강에서 복병 시리아와 연장 120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꺾었다. 일본과 이란은 FIFA 랭킹에 있어 AFC 가맹국 중 1, 2위를 자랑한다. 현 시점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붙는 셈이다.

양팀 모두 전력에 누수가 생겼다. 일본은 이토가 퇴단한 가운데 이란은 핵심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시리아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8강전에 결장한다. 타레미는 FC 포르투에서 뛰는 유럽파로 지난 시즌 22골로 포르투갈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현재 인터 밀란 이적설이 돌 만큼 위협적인 공격수라 이란에 큰 악재다.

▲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2일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토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토가 팀에서 이탈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이토가 대회 끝까지 남아 함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JFA와 협의 끝에 이토를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이토 본인도 팀을 떠나는 데 동의했다. 덕분에 이토는 이란전에서 출전하지 않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토 없이 8강을 준비하는 모리야스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후보에 일본과 이란이 꼽히고 있다. 이런 점을 우리도 알고 있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우승컵을 목표로 일정들을 이어가고 있다.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통해 아시아 축구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들이 많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토 준야 관련해서는 선수 본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토는 아시아에서 정말 훌륭한 선수다. 내일 뛸 수 없다는 건 아시아 축구 발전에도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이란이 멋진 경기를 앞두고 세계 정상급 기준으로 싸울 선수가 뛰지 못한다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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