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SNS가 사람 죽여”… 고개 숙인 저커버그

박병진 2024. 2. 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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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990년대 건전 비디오 시청을 주제로 제작된 캠페인 광고 내용이다.

지난달 31일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는 SNS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며 플랫폼 CEO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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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990년대 건전 비디오 시청을 주제로 제작된 캠페인 광고 내용이다. 지금 잣대로 보면 불량·불법 비디오를 보고 비행 청소년이 된다는 논리 전개는 어불성설이다.

‘호환’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엔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 ‘마마’는 천연두(天然痘) 혹은 두창(痘瘡)을 일컫는다. 걸리면 대개는 죽음에 이르렀고,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얼굴에 짙은 흉터가 남아 곰보로 취급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두창을 박멸된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얼마 전 사람 두창을 닮은 원숭이 두창(monkeypox)이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기승을 부려 방심은 금물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현대인의 불치병은 월요병’이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오늘날 사회생활에서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가 더 겁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범죄 창구로 이용되면서 SNS 중독을 불치병으로 꼽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SNS의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돼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전염병과 진배없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달 31일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는 SNS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며 플랫폼 CEO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에게 “당신 손에는 피가 묻어 있어요”, “당신의 제품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다그쳤다. 지난해 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접수된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신고 3600만건 가운데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만 2000만여건이 신고됐다. 저커버그는 피해 가족들을 향해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SNS의 부작용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책임을 엄격히 따지면 백번 사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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