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2월도 힘차고 능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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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모리스가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 같은 덩어리 물체 하나를 바닥에 놓았다.
작품의 의미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럴 때, 모리스의 단순한 물체가 그것이 놓인 위치, 조명 조건, 관람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이나 각도 등에 따라 형태들의 다양한 변화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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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모리스가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 같은 덩어리 물체 하나를 바닥에 놓았다. 제목은 ‘무제’ 즉 제목 없음이다. 이렇게 아무 내용도 없고 성의도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의 최소화를 뜻하는 미니멀 아트라고 불린다.
공적 의미란 무얼까? 작품 자체와 관람자 사이에 만들어진 공적 공간에서 나타나는 의미여야 한다. 작품 안에 작가의 개인적 의도에 의해 담긴 신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들이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작품과 관람자의 공적인 관계로 생겨난 의미를 말한다.
그럴 때, 모리스의 단순한 물체가 그것이 놓인 위치, 조명 조건, 관람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이나 각도 등에 따라 형태들의 다양한 변화를 드러낸다. 원형이 보이기도 하고 타원형이 되기도 하며, 사각형이었다가 사다리꼴로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그뿐일까. 관람자가 조명에 따른 빛의 변화까지 덧붙이면, 단순한 작품에서 형태의 무한한 변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작품 감상에서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렀던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체험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작품이 놓인 위치나 상황 설정도 한몫하게 됐다. 벽면인가, 바닥인가, 실내인가, 실외인가 등의 차이에 따라 의미나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1월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아쉬운 한 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힘찬 2월을 시작하게 한 시간일 수도 있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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