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최대 표밭’ 가는날...바이든, 작정하고 이스라엘 때리기
미국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에 거주하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 정착민 4명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안지구의 극단주의 정착민 폭력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평화·안보,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을 강제 이주시키고 재산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서안지구 극우주의자에 대해 미국비자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내려진 금융제재다. 제재 대상자는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에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케 했으며,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질러 현지에서 기소된 자들로 전해졌다. 4명의 가해자들은 미국 입국은 물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서비스 거래가 금지된다. 백악관은 발표에 앞서 이스라엘 정부에 행정명령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직접 제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유대 사마리아(서안의 이스라엘식 표현)의 거주민 대부분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이며 많은 이들은 징집병이자 예비군으로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이스라엘 당국은 법을 어기는 모든 이스라엘인들을 제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예외적인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라는 주장은 이스라엘의 적들이 선구적인 정착민들과 이스라엘 국가 전체를 중상모략하기 위해 퍼뜨리는 반유대주의적인 거짓말”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행위에 협조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바이든 대통령이 이례적인 제재에 나선 것은 외교적으로 휴전을 압박하면서 올해 11월 대선에서 아랍계 미국인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내에서 아랍계 인구가 가장 많은 미시간주를 방문하기 전 행정명령을 내린 점이 주목된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무슬림인구는 약 345만명에 달한다. 또 2020년 대선 때 무슬림인구의 약 59%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당시 경합주였던 미시건주(최소 27만8000명), 애리조나주(최소 6만명), 조지아주(최소 5만7000명) 등에는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2월 중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아랍계 주민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며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줄리 차베스 로드리스게스 바이든 선거캠프 매니저는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주민과 노조간부들을 만났지만 아랍계 주민대표들은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아랍계주민들은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한다며 바이든 정부의 친이스라엘정책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위대는 “대량학살 조”, “부끄럽다” 등을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미국의 베트남전쟁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을 비판하며 내뱉은 “오늘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죽였습니까?”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무슬림의 바이든 지지율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7.4%뿐이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주요 경합주에서 무슬림들이 기권하거나 공화당을 지지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번 행정명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날카로운 외교적 통보이자 아랍계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정치적 연합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시작이후 가자지구에서 이날까지 2만7000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휴전과 전후구상에서 잇단 파열음을 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과 영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인정 여부를 검토 하는 등 압박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의 폭력행위를 용인할 경우 ‘두 국가 해법’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서안지구 폭력사태가 커질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예시 딘’에 따르면, 전쟁이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정착민 폭력 사건은 최소 242건 발생했다. 작년 한해 동안은 총 1200건으로 2006년 조사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CNN도 “이번 제재가 가자지구 상황을 해결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지만 전쟁 발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중요한 조치 중 하나이며 미국 내 무슬림·아랍계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카고 시의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디트로이트 등 70여 개 지역 시의회가 휴전촉구안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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