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서 7번 바뀐 선생님···내 아이 학대한 것"···주호민 판결에 '분노'한 학부모

이종호 기자 2024. 2. 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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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법원이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가운데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수교사노조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판결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사노조는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는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 자기방어와 방치가 판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학교 교육의 붕괴를 야기할 본 재판 결과를 규탄하고 2심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특수교사노조 집회. 사진=경기교사노동조합 제공

또한 집회에 참가한 주씨의 아들이 다녔던 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 학부모 B씨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B씨는 "2022년 9월 6일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2023년 초에 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주호민 아내를 만나 왜 그랬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디서 들었냐며 녹음기를 켜려 했다"며 "주호민 아내는 학부모 간의 대화도 무조건 녹음하려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희는 동의하지 않았고 불법이라고 했다. 주호민의 아내는 학부모간의 대화도 무조건 녹음으로 처리하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와의 수업을 녹음한 후에 특수선생님이 직위해제 됐고, 재판을 받는 중에 또 자녀에게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냈다가 활동 보조인에게 걸려 사과한 사건까지 있었다. 정말 소름끼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하루 아침에 이유도 모르고 선생님을 빼앗긴 지 벌써 1년 6개월이다. 재판 동안 특수 교사가 7번 바뀌었다. 이게 정상이냐. 이게 특수교사들이 직업의식이 없어서 그런 거냐. 이유는 단 하나 불법 녹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저희는 선생님이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시기를 희망하며 지금까지 버텼다. '직위해제'라는 그 글자에 선생님도, 남아있는 아이들도 지금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녹음기가 왜 정당화돼야 하냐. 발달장애 아이들이 표현을 못해서 녹음기가 정당화돼야 하냐.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교체를 위해 녹음기를 넣어서 아동학대로 한순간에 선생님을 나머지 아이들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 아동학대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맞춤반의 담임 선생님을 한순간에 빼앗아 간 당신들이 내 아이에게 학대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B씨는 "제3자가 동의하지 않는 녹음은 불법이다. 녹음된 파일에서 제 아이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다. 제 아이는 제3자이고 녹음에 동의한 적 없다. 저도 동의하지 않았다. 제 아이는 어떤 존재냐. 같은 논리로 판사는 제 아이는 장애가 있다고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아이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고 반응하는 것이 불법으로 녹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제 아이도 제 입장에 따라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니냐. 제 아이도 같은 논리로 녹음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일로 교권은 무너졌고 전국의 선생님들은 사기가 저하됐으며 이 피해는 오롯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받을 것"이라며 "발달장애아라서 불법 녹음이 증거 채택이 된 사실에 대해서는 같은 발달장애아의 부모로서 비통하다"고 했다.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 씨에 대한 1심 재판 선고는 전날 이뤄졌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곽 판사는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주씨 측이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들려 보내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녹음파일 내용을 A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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