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사] '횡령' 건설사 회장, 옥살이 도중 "돈 봉투 준비해라" (풀영상)

이현영 기자, 화강윤 기자 2024. 2.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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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피스텔 분양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한 건설사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어제(1일) 전해드렸습니다. 이 건설사 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는 도중에 회사 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저희가 입수했는데. 경찰에게 돈봉투를 주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이현영 기자가 이 내용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6년, 부산 서면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이 모 씨.

공사가 계속 지연되다가 준공 후에도 여러 문제가 드러나자, 피해 수 분양자들과 함께 지난 2020년 오 회장과 임원들을 횡령 등 혐의로 부산 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이 건은 건설사가 위치한 경기도의 한 경찰서로 이첩됐는데, 이듬해 내려진 결정은 불송치.

즉,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 씨/부산 수분양자 : 경찰에서 간단하게 '이거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돼 있고, 납득이 안 가는 거죠.]

하지만, 대구에서 피해 수 분양자들이 속출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오 회장은 2021년 11월, 결국 구속됐습니다.

오 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그룹 임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옥중 편지를 은밀하게 보냈습니다.


어떻게든 보석으로 나가야 하는데 검찰이 울산 건이나 물금 건을 수사해 추가기소하려 한다며, 인맥을 동원해서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 등을 연결해 추가 기소를 막으라고 지시합니다.

또, 경찰서 조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대응을 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더니, 건설사가 있는 지역의 경찰서 간부 두 사람을 콕 집어 언급하며 500, 300 봉투를 만들어서 자리를 해 도움을 요청하라"고 지시합니다.


특히, 오 회장은 "내가 없으니까 이 두 사람의 관리를 잘하고 있나 모르겠다"고도 적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앞서 2020년 고소 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경찰서 간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팀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오 회장은 물론 그 건설사 임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난 적이 없으며,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경찰 간부 : 이거 만나고, 누구한테 조언 듣고 이렇게 하면 다 소문 퍼지잖아요. 그리고 다들 결국 알게 되는데 그게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편지에 언급된 또 다른 경찰 간부 역시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며 편지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취재팀은 오 회장으로부터 이 옥중편지를 건네받은 업체 임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뇌물 공여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데,

[○○건설 임원 : 여보세요,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 뭔 지시를 받아요?]

취재팀이 입수한 편지를 보여주자, 지시를 받은 건 맞지만 이행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건설 임원 : 회장님이 얘기한다고 해서 100% 다 이행을 해요?]

이번에는 편지를 쓴 오 회장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편지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실제 이 사람들이 한 번 만나보라고 했더니 만나주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내 희망 사항이었지. 밖에서는 내가 구속되니까 아예 우리 쪽하고 접촉도 안 된다는데 뭘 어떻게 할 겁니까?]

오 회장은 예전부터 경찰에게 뇌물을 주거나 관리를 해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김정은·서승현,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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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회장은 또, 자신이 어떻게든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을 편지에 썼습니다. 재판을 맡을 판사와 가깝게 지내는 변호사들을 찾아보라거나 있지도 않은 병의 진단서를 준비하라며, 구체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화강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오 회장이 구속된 이후 선임했던 변호사는 검사장급 전관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29명이나 됩니다.

옥중 편지에서 오 회장은 수억 원의 수임료가 나갔지만 검찰 쪽 커버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변호인단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 모 씨/대구 수분양자 : 법이라는 게 참 웃기고, 돈이면 다 되는구나.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 변호인단에. '돈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구나']

또, 검사가 보석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인데, 현재 변호사가 재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원들을 강하게 질책합니다.


"밖에서 멍청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내가 지시해야 겨우 움직이는 이런 피동적인 자세로는 내가 나갈 수 없다"고도 푸념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자신이 보석을 나올 수 있도록 하라며 여러 가지를 지시합니다.

우선, 판사 라인만 찾으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판사와 소통되는 변호사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또, 자신이 척추분리증과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하면서 "류머티즘 관절염은 내가 없는데 진단서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오 회장은 구명 로비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이 편지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는지 스캔한 파일을 모두 삭제하고 메일 주소도 바꾸라는 등 보안을 신신당부했습니다.

오 회장은 편지에서 염원했던 대로 2022년 5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오 회장은 허위 진단 의혹에 대해 비슷한 질환으로 진단받은 기록이 있고, 보석의 핵심 사유는 병이 아니라 구속기간 만료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류머티즘 관절염은 나한테는 없는 것 같다. 나머지 척추분리증하고 목디스크는 (진단서가) 나오니까. 그 (진단서) 거시기를 떼라는 거죠.]

또, 판사에 구명줄을 대라는 지시와 관련해서는 분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했던 절박감에서 했던 말일뿐 관련 로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오 모 씨/○○건설 회장 : 검찰이나 경찰이나 법원이나 아는 사람 있으면 어떻게든 다 인맥을 동원해서 최대한 어떻게든 (보석을) 받아보려고 노력을 한 것이죠.]

오 회장은 편지 여러 곳에서 "이번에 보석으로 나가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썼는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오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하 륭·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이민재·김정은, VJ : 김준호)

▷ [현장탐사③] '분양 자금 횡령 혐의' 회장, 옥중 "경찰에 돈 봉투 줘라"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23779]
▷ [현장탐사④] "판사 라인 찾아봐라"…보석 위해 꾀병까지?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23780]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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