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지키던 순직 소방관 부친 “아침 함께 먹고 보냈는데...그게 마지막이라니”
분향소 3000여 명 시민 애도 물결
경찰·국과수 등 현장 감식 진행
“3층 튀김 기계에서 첫 불꽃 확인”
경북 문경시의 공장 화재 현장에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지난 1일 순직한 소방관 2명에 대해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2일 찾은 경북 문경장례식장 고(故) 김수광(28) 소방장과 故 박수훈(36) 소방교의 빈소엔 가족과 친구, 동료 소방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두 소방관의 영정 사진 앞에는 전날 정부에서 1계급 특진과 함께 추서한 옥조근정훈장이 놓여 있었다.
2층에 마련된 김수광 소방장의 빈소에서 만난 그의 아버지는 “화재 당일 (아들이) 안 먹던 아침을 같이 먹자고 하더라”라며 “아내가 차려준 밥과 국을 함께 먹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흐느꼈다. 아들의 사망 소식에 오열과 실신을 거듭했던 김 소방장 어머니는 수차례 수액을 맞으며 겨우 기운 차렸다. 학창 시절 친구인 홍동현(28)씨는 “어릴 때부터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했던 친구”라며 “한때 미술 쪽 진로도 준비했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소방관에 지원했다”고 했다.
바로 위층 박수훈 소방교의 빈소도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온 교회 지인들과 특전사 동기, 친구들이 가득했다. 고향 친구 A씨는 “수훈이는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책임감이 있었다”며 “보이지 않는 데서 조용히 남을 돕던 속 깊고 의리 있는 친구였다”고 했다. 소방서 동료 채충식 소방교는 “두 친구의 희생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했다.
빈소 외에도 두 소방관이 근무했던 문경소방서와 구미소방서, 상주소방서, 경북도청 등 4곳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날 조문객은 3000여 명이 다녀갔다. 특전사 동지회 김길수(58)씨는 “특전사 후배(박수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왔다”면서 “평소 소방관의 임무도 특전사처럼 치열하고 멋지게 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교육지원청 이경옥 교육장은 “소방안전 교육 때 아이들과 웃으며 함께해 준 두분을 분명히 기억한다”며 “둘 다 자식 같은 나이라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두 소방관이 생전 일상을 공유하던 소셜 미디어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두 소방관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부디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 “화마가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들라” 등 애도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날 화장품 제조사인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경북도를 통해 두 소방관 유족에게 각각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혀왔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감식을 벌인 경찰은 “내부 방범카메라를 통해 3층 튀김 기계에서 첫 불꽃이 튀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소방관들이 공장 내부로 진입한 후 불길이 커진 것은 튀김기계 근처에 식용유가 다량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을 불러 안전 시설 점검 여부 등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유가족, 동료 소방관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장(葬)으로 열린다. 영결식 후 두 소방관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문경=노인호·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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