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서울&]
미국친우봉사회와 한국 시민단체들 함께 참여
최근 개발된 다자간 평화 역할극 워크숍 체험
2030년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진행
“서로 이해하는 과정, 중요하다는 것 깨달아”
훈련은 전쟁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화를 위해서도 ‘훈련’은 필요하다.
지난 토요일 27일에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 30명 한국인들이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AFSC))와 무장갈등예방을 위한 글러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the Prevention of Armed Conflict(GPPAC))과 함께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 시뮬레이션’을 열었다. 이 가운데 미국친우봉사회는 1953년부터 한반도에서 활동해온 단체이며, 현재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시험해 협동농장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북한 농민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 ‘무장갈등예방을 위한 글러벌 파트너십’은 폭력적 분쟁을 예방하고 보다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CSO)가 주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이날 회의에는 이들 외국단체와 함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어린이 어깨동무, 참여연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그리고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북한대학원대학교, 숭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대학에서 참여했다.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 시뮬레이션’은 최근에 개발되었으며 2023년 12월2일 미국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교에서 시범 운영됐고, 올해 들어서는 2024년 1월19일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운영됐다. 이번에 서울에서 3번째 운영된 것이다.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 시뮬레이션’은 대학생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다자간 평화 과정 역할극 워크숍이다. 이 대화형 워크숍은 참가자들에게 동북아시아의 맥락에서 협상 및 평화와 관련된 체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생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동북아에서 현상 유지보다는 협력적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화와 교류의 과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평화와 안보에 대해 생각하는 대안적 접근 방식을 발전하도록 유도한다.
둘째, 참가자들이 한반도와 더 넓은 동북아 지역, 특히 제재, 평화협정, 인간 안보에 관한 공적 담론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한다.
셋째, 동북아 지역 내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청년들이 동북아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넷째, 유익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여성, 평화, 안보 관련 이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동북아 평화 게임 시뮬레이션’은 2030년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30주년을 맞아, 여성들은 지역 주체들과 협력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에 대한 지역 행동 계획 초안을 마련하는 대담하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년 분쟁 예방 및 해결, 평화 협상, 지속적인 평화 구축, 인도주의적 대응 제공에 있어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이다.
시뮬레이션은 6개의 소그룹으로 구성되어(한국, 북한, 일본, 중국, 미국, 평화로운 아시아를 위한 여성(가칭)) 다른 그룹과 함께 협상을 진행한다.
시뮬레이션은 양자 간 협상, 개별 그룹 전략 수립, 원탁 협상, ‘풀 어사이드’ 협상(그룹이 재량에 따라 대표를 자유롭게 보내고 받을 수 있음)으로 구성된다. 그런 다음 지역 행동 계획에 대한 투표가 진행된다.
원탁 협상에서 이루어지는 투표는 시뮬레이션의 핵심 요소이다. 각 그룹의 목표는 역할 시트의 정보와 다른 그룹과 대화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 또는 정책 제안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각 그룹이 결과를 제안한 후, 각 그룹은 결과에 대해 거부권을 한 번 행사할 수 있다. 결과 중 하나 이상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그룹은 다시 풀 어사이드 협상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시간이 다 되거나 실행 계획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날 참가자들은 행사가 매우 유익했다는 소감을 발표했다. 다음은 그 가운데 일부다.
AFSC 대북 사업 국장 제니퍼 디버트(Jennifer Deibert)씨 : “재난이나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워게임이라고 불리는 많은 시뮬레이션이 이미 존재한다. 동북아 피스게임의 기본은 위기를 예방하고 대화를 정상화하기 위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평화와 협력을 위한 연습을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긍정적인 입장에서 출발함으로써 역사적, 정치적으로 복잡한 환경에서 협상의 어려움과 협력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김홍석씨와 권세리씨(이번 평화 시뮬레이션 파실리테이터) : “이번 피스게임은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진행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주제에 대해 각 나라 참여자들이 풍부한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경험이 향후 평화교육 노력에 대한 영감이 되고, 실질적인 다자간 협상 상황에서도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손종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 : “역할극 활동을 통해 평화 관련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는 한편 실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변화의 여지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어깨동무 김찬유씨 : “피스게임을 통해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국제분쟁조정과정, 갈등해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이어깨동무 오진의씨 : “동북아시아 평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국제사회의 각국의 입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졸업생 스펜서 스타인박(Spencer Steinbach)씨 : “북한대학원대학교 졸업한 사람으로서, 현재 악화되고 있는 지역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과 소통함으로써 현재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협력과 대화라는 두 가지를 실천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재학생 서준희씨 : “처음이었지만,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는 WPS(여성, 평화, 안보) 의제 워크샵이었다. 그리고 여성, 평화, 안보 의제가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댄 가즌 평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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