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詩의 뜨락]

2024. 2.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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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친구 아내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냇가를 혼자 오래 걸었다

어쩌면 저 색색 예쁜 꽃망울들은 모두
꽃의 종양일지 몰라

걸을수록 길이 아프다
나도 혹시 아내 인생의 물혹 아닐까 싶어서

살구나무 아래 휠체어 하나
난소를 떼어낸 여자, 오래 냇물만 바라보고

-시집 ‘모든 꽃은 예언이다’(걷는 사람) 수록

●함기석 약력
 
△1966년 청주 출생. 1992년 ‘작가세계‘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등 펴냄.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신동문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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