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도 거짓도 없다”… ‘그 날’ 유골의 증언
6·25 민간인 학살 유골 발굴 통해
묻혀있었던 현대사의 진실 파헤쳐
유골·생존자·유족 시점 옮겨가며
이야기 교차 전개… 몰입감 선사
본 헌터/고경태/한겨레출판/2만원
“산 위로 오른 굴삭기가 내 북쪽 2미터 부근에서 움직였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땅을 건드리며 45도 각도의 비탈 아래로 내려오는데 무언가가 걸렸다. 반대편에서는 호미질이 한창이었다. 며칠간의 작업 끝에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어떤 라인이 포착됐다. 2023년 3월10일 오전 9시30분, 그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나는 ‘노출’됐다.”
이야기는 유골, 생존 피해자, 유가족, 주변인 등의 시점을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서 천천히, 때론 빠르게 나아간다. 1995년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유골을 발견했던 건축 담당자 ‘인욱’, 성재산으로부터 10km 떨어진 지역 새지기의 유골 ‘새지기2-1’, 한국전쟁기 판사였던 ‘병진’, 국회프락치사건의 피해자 ‘용길’, 유가족 ‘장호’…. 그리하여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민간인 학살 사건과,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들….
연세대 사학과와 대학원에서 한국사와 선사고고학을 전공한 박 교수는 미국 버클리대 인류학과에서 체질인류학과 고인류학을 전공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에 묻힌 강제징용자 유해 발굴을 시작으로 수많은 유해 발굴 현장으로 달려갔다. 2000년부터 6·25전사자 유해발굴 단장을 맡아 전국을 누볐고, 다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으로. 뼈에는 색깔도, 거짓도 없었다.
책은 결국 뼈를 통해서 죽음의 이유와 특징을 탐문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다크 투어이고, 그 결과가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진실을 더듬으며 밝혀낸다는 점에서 역사 논픽션이다. 생생한 현장 사진과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할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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