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법원, 정부 비판 야권 거물에 징역형…스러지는 ‘아랍의 봄’
“민주주의 세력이 직면한 불의의 증거”
북아프리카 튀니지 법원이 1일(현지시간)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야권 핵심 인사 라체드 가누치 엔나흐다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019년 집권해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의 야권 탄압이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알자지라 등은 이날 가누치 대표가 해외에서 불법으로 기부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과 벌금 110만달러(약 14억5750만원)를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튀니지 법원은 이어 가누치 대표 사위이자 과거 튀니지 외교장관을 지낸 라피크 압데살렘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튀니지 제1야당인 엔나흐다는 성명을 내고 “가누치 대표는 외국의 어떤 누구로부터도 정치 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튀니지 민주주의 세력이 직면하고 있는 불의의 증거”라고 반발했다.
가누치 대표는 튀니지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1987년 쿠데타로 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독재 정권에 대항하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2010년 12월엔 노점상인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당국의 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하며 촉발된 ‘아랍의 봄’ 민중 봉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튀니지는 극심한 경제난과 부정부패 등으로 ‘아랍의 봄’으로 일궈낸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채 2019년 10월 사이에드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권위주의로 회귀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야권 반대에도 개헌을 강행해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과 판사 임명권 등을 모두 갖는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가누치 대표를 비롯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탄압 정책을 펼쳤다.
국제앰네스티는 “튀니지 당국은 반체제 인사를 무리하게 체포하고 모호한 법률을 활용해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또한 “사이에드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판사와 검사를 행정부에 종속시키고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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