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야스, '성폭행 혐의' 이토 퇴출에 "과하게 몰아가지 말길...亞 축구 발전 악영향"[도하톡톡]
[OSEN=도하(카타르), 고성환 기자] "의혹으로 과도하게 몰아가는 일은 삼가해 달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성폭행 논란' 이토 준야(31, 스타드 드 랭스)를 향한 공개적으로 감싸 안았다.
일본은 3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강력한 우승 후보 간 맞대결이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일본은 16강에서 바레인을 3-1로 제압하고 올라왔고, 이란은 승부차기 끝에 시리아를 꺾고 올라왔다.
양 팀 모두 전력에 공백이 있다. 이란은 핵심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퇴장 징계로 출전할 수 없다. 그는 시리아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일본은 주축 윙어 이토가 팀에서 이탈했다. 그는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윙어로 지난 2017년부터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해 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출전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토는 지난달 31일 바레인전을 앞두고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주간 문춘'은 "이토가 고소됐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그는 동료들과 함께 여성을 술에 취하게 한 다음 동의 없이 성행위를 시도했다"라고 보도했다. 이토는 바레인전에서도 벤치를 지켰고, 모리야스 감독은 "아직 자세히 듣진 못했다. 더 알아본 다음 대응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번복에 재번복을 내놓는 촌극 끝에 이토를 소집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JFA는 1일 이토가 "보도된 내용과 이토 본인의 주장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기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심리적 컨디션을 고려한 끝에 오늘자로 소집 해제를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하루도 안 돼서 말이 바뀌었다. JFA는 2일 오전 이토의 대표팀 제외를 일단 철회하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결국 소집 해제였다. JFA는 모리야스 감독과 면담 등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끝에 이토가 팀을 떠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2일 카타르 도하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일본 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도 이토 사건이 가장 큰 화제였다. 이란을 포함한 외신 기자들은 모리야스 감독을 향해 어떻게 이토를 제외하기로 결정하게 됐는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토가 끝까지 팀에 남아서 우승을 목표로 함께 싸웠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JFA가 내린 최종 결정에 동의한다. 이토 본인의 의사도 있었다. 지금까지 팀 승리에 힘을 보태준 선수를 한 명 잃게 된 만큼 마음 아프고 유감이다. 하지만 이토의 심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우린 선수 한 명이 없다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팀이 아니다. 훌륭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내일 경기에서도 과감하게 싸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토의 상태도 전했다. 그는 "이토와 직접 얘기를 나눴다. 그의 멘탈 상태는 소통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강도 높은 경기에서 싸워 나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를 최대한 돕고 싶다. 그가 가능한 한 빨리 최고의 경기력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모리야스 감독은 미디어를 향해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미디어 여러분에게 부탁한다. 의혹만으로 이토를 과도하게 몰아가는 일은 삼가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끝으로 모리야스 감독은 "이토는 아시아에서도 최정상급 선수다. 그가 뛰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시아 축구의 발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내일 아시아 최고 수준 팀끼리 맞붙는 경기에 이토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이다. 그가 아시아 선수로서 다시 세계 무대에서 싸울 수 있길 함께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혐의일 뿐이라지만 다소 충격적인 인터뷰였다. 일본 '풋볼 존'과 '데일리 스포츠' 등도 "모리야스 감독이 취재진을 향해 이례적으로 호소했다"라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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