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무죄’ 3인자 임종헌 재판에서 뒤집힐까

이재호 기자 2024. 2. 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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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5년 넘게 지속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 농단' 1심 재판 결과가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재판 등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내부 세력을 탄압하며 비리 판사를 보호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14일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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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의 질문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이 질문하자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는 5일, 5년 넘게 지속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 농단’ 1심 재판 결과가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재판 등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내부 세력을 탄압하며 비리 판사를 보호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14일 구속기소됐다. ‘박근혜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재상고심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사찰하고 불이익을 줬다는 ‘인사 개입’ 혐의 등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만 30개가 넘는다.

중요 쟁점은 2015년 3월 임 전 차장이 법원 집행부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활동을 위축시킬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고, 법관들을 탈퇴하게 한 사건이다. 이미 앞선 재판에선 임 전 차장이 사법부 내 ‘비판 세력 탄압’을 지시·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도 “임 전 차장이 ‘인사모 관련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 등의 작성을 지시한 것은 법관의 표현·연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지시로 직권남용이 맞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도 2022년 1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면서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 전 실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양 전 원장도 공모했다”고 판단한 반면, 양 전 원장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다음주에 열리는 임 전 차장 선고 공판이 중요한 이유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 재판과 비슷한 순서로 유죄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공소사실별로 ①직무 권한이 있는지 ②직권을 행사했는지 ③권한 행사가 남용인지 ④공모했는지를 따져볼 것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가 양 전 원장이 공모해 위법 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양 전 원장의 사법 농단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앞서 공개된 양 전 원장의 1심 판결문엔 사법 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양승태’(2700번) 이름보다 당시 사법부 3인자였던 ‘임종헌’(4500번)의 이름이 1.7배 많이 언급됐다. 피고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이례적인 호명이었다. 양 전 원장의 직권과 관련된 혐의들은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들은 어김없이 그 책임을 임 전 차장에게 돌리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도 사법행정의 최고책임자였던 양 전 원장은 잘못이 없다는 판단이 유지될까, 아니면 양 전 원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까. 사법 농단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재판 결과를 미끼로 정권과 검은 거래를 거리낌 없이 자행한 사건이다. 법원은 뒤늦게라도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것만이 치욕스러운 역사를 뒤늦게라도 사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재호 법조팀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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