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제 입장 밝혀라"…여야, 민주당 '갈팡질팡'에 뿔났다

김주훈 2024. 2. 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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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손에 넘어간 '민주당 선거제'…당 안팎으로 '결단' 압박
'현행 선거제 유지' vs '병립형 비례제 회귀'…이재명 선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결론 내지 못한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당론 결정 권한을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선거제를 둘러싼 당내 찬반양론 대립으로 갈등이 고조되자 결단을 미룬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갈팡질팡' 행보의 민주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2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선거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선거제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는 권한은 이 대표에게 위임됐지만, 구체적인 위임 내용과 답변 시기는 불투명하다. 최고위 결과를 브리핑한 강선우 대변인은 "포괄적 위임이며, (답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당초 지도부는 이날 총선 선거제 결정을 위한 전당원 투표 실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을 비롯해 전당원 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당내 구성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자, 결국 이 대표에게 결단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내에선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 3월 민주당 지도부는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했고, 결국 '꼼수 위성정당'을 출연시켰다. 이에 당내 일부에선 이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금지를 공언했던 만큼 현행 선거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측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전 선거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총선은 최대 의석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더욱이 정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 의원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강성 당원을 앞세워 병립형 회귀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최고위의 결정은 당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는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측도 있지만,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측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이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164명 의원 중 절반가량인 80명은 지난달 26일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의 크게 우려하는 점은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줄 수 있는 만큼, 선거 기간 내내 제3지대와 시민단체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라는 것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지난해 6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 방송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그러자 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의당, 제3지대 신당에선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이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선거제 관련 당대표 위임에 대해 "그 당 대표하기 참 좋을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한 위원장은 중앙당사 출근길에서도 "(민주당은) 정치하기 너무 편할 것 같다. 뭐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얼마든지 말을 바꿔도 되고 거기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라는 직위에 맞게 당원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입장을 밝혀라"면서 "뱉은 말은 적어도 지키는 책임 있는 당대표로 남을지는 이 대표 손에 달렸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탈당파가 창당한 미래대연합도 "이 대표는 국민께 선거제 결정이 늦어져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당론으로 선거제 개편방향을 발표하라"고 쏘아붙였다.

당내에선 결국 이 대표가 조속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전당원 투표는 형식적으로는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지도자는 모든 일을 결정할 때 대중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며 "이 대표가 조속히 결단을 내리고, 그 결정이 민심이나 당심과 괴리된다면 설득에 나서면 된다. 당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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