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78세 부부 눈물의 졸업식… 만학도 418명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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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상처뿐인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추억이 깃든 이 교정을 이젠 떠나야만···."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가 "지식과 사랑을 가르쳐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한참 어린 스승에게 고개를 숙이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베트남 출신인 고등부 졸업생 박상이(42)씨는 두 아이의 엄마로 낮에는 어망 공장 일을 하면서도 성실히 수업에 참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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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은 기본, 암 진단에도 학업 계속
“성장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상처뿐인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추억이 깃든 이 교정을 이젠 떠나야만···.”
2일 오전 10시 부산 사하구 은항교회에서 열린 부경중‧부경보건고 만학도들의 졸업식. 졸업생 대표로 소감을 이야기하던 김민숙(63)씨가 눈물을 터트렸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가 “지식과 사랑을 가르쳐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한참 어린 스승에게 고개를 숙이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남편의 항암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학생회 대표를 맡아 개근 도장까지 찍은 김씨는 “대학에 진학해 전문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다”면서 동기들에게도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듯 새 희망을 가슴에 안고 도전하며 성장해 나가자”고 말을 맺었다.
이날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졸업생 418명 중 열에 아홉은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최고령 졸업자인 송호범(86)씨는 아내 강명순(78)씨와 함께 중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아 눈길을 끌었다. 송씨는 “배움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어 아내와 함께 용기를 내 입학하게 됐다”며 “학업 중 아내가 담도암 판정을 받아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끝에 무사히 졸업했다”고 웃었다. 베트남 출신인 고등부 졸업생 박상이(42)씨는 두 아이의 엄마로 낮에는 어망 공장 일을 하면서도 성실히 수업에 참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씨는 “자녀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 위해 이 학교에서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 모두를 마쳤다”며 “부산보건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권성태 부경보건고등학교장은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아오면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학생들이 이번 졸업식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경보건고등학교와 병설 부경중학교는 2001년부터 배움의 시기를 놓친 지역 주민들에게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졸업이 중학교는 21회, 고등학교는 22회째다. 그간 학교를 거쳐 간 늦깎이 학생은 중등 3,070명, 고등 2,975명 등 총 6,045명이다.
부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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