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희생 ‘반짝 추모’… 영웅 기억 못하는 사회

조병욱 2024. 2.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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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봉사하다 희생된 분들에 대해 선진국만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윤한덕기념사업회 이사장 허탁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센터장의 모교인 전남대 의학도서관에서 이날 윤한덕기념사업회 주관으로 5주기 추도식 행사가 조촐하게 열렸다.

그러면서 전날 순직한 문경소방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이름을 윤 센터장과 함께 호명하며 "이런 분들을 기억하는 정치를 우리 국민의힘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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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응급의료 발전 기여한 故 윤한덕
모교 전남대 의대서 동문·지인만 모여
美선 순직자 우대 정서 깊게 자리잡아
이름 딴 다리·도로·공공건물 등 많아
한동훈 “이런 분들 기억하는 정치해야”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봉사하다 희생된 분들에 대해 선진국만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윤한덕기념사업회 이사장 허탁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5년 전 설 연휴인 2월2일 응급의료 개선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며 홀로 사무실을 지키다 과로사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순직 전 석 달 평균 주 122시간, 순직 주에는 129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과로 기준인 60시간을 2배 이상 넘긴 수치다.

윤 센터장의 모교인 전남대 의학도서관에서 이날 윤한덕기념사업회 주관으로 5주기 추도식 행사가 조촐하게 열렸다. 그는 1998년 전남대 1호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료자다. 동문 등 60여명이 참석했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 참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윤 센터장의 동문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참석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조화를 보냈다.

윤 센터장은 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 마련 등 한국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도 윤 센터장의 장례식 당시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흔들어 털어 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 사후 국민훈장 무궁화장, 세계응급의학회 특별상 등 각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사회가 영웅을 잊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센터장 사후인 2019년 7월 도입된 국내 1호 닥터헬기는 윤 센터장을 상징하는 콜사인(호출부호) ‘아틀라스’로 명명됐다. 불과 3년 뒤 운용사 교체 과정에서 헬기가 매각되면서 콜사인도 함께 사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2일 오후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시민으로부터 목도리를 선물받고 있다. 공동취재
미국에선 국가나 시민사회 수호 임무 중 순직한 인물에 대해 사회적 영웅으로 대접한다. 비영리단체가 설립돼 각종 지원 안내, 치유프로그램, 추모행사 등을 진행한다. 일상에서도 이들을 우대하는 정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도시에는 순직한 이들의 이름을 딴 도로, 다리, 공공건물이 많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센터장의 5주기를 언급하며 “이 나라 응급의료 체계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공익 위해 본인 모든 것을 바치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순직한 문경소방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이름을 윤 센터장과 함께 호명하며 “이런 분들을 기억하는 정치를 우리 국민의힘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병욱·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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