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MV 장애 비하 논란…전장연 "'존중' 바라, 같이 고민해보자"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2.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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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공개된 아이유 신곡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 아이유 공식 트위터

가수 아이유(IU)가 선공개곡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뮤직비디오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극중 주인공의 서사를 위해 도구로 썼다 등 장애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극복'보다는 '존중'을 바란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전장연은 지난달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만평과 논평을 함께 게시했다. 만평에는 장애인 소수자의 결혼식을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축하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저기 멀리 프롬 어스 투 마스(from Earth to Mars), 꼭 같이 가줄래?"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논평은 손 편지로 공개됐다. 전장연은 "저희는 이 만평을 통해 아이유님을 비난하거나 책망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와 관련된 많은 논쟁과 비판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논쟁과 비판과 함께 더불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장하고,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들을 예술 콘텐츠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시민분들과 아이유님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매일 아침 뮤직비디오의 '네모' 같은 존재와 싸우고 있습니다. 침묵 선전전조차 수많은 경찰,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폭력 속에서 쫓겨나고, 그들의 온갖 언어폭력도 감내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장애인도 함께 살자고 외쳤다는 이유로 수많은 전장연의 활동가들이 수차례 폭력적으로 연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물론 현장에서도 튀어나오는 수많은 차별과 혐오, 욕설도 삼키고 장애해방 세상을 꿈꾸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대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현실의 '네모'와 계속 맞서 싸우려 합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캠코더 세상'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극복'되는 세상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 이동하고, 일하고, 지역에서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또한 성소수자도 노동자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도 함께 인정받고 존중받는 세상을 바랍니다. 저희는 이 '캠코더 속 세상'을 현실의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 지하철역으로 나갑니다. 그렇게 행동하니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더라구요"라고 전했다.

전장연은 "아이유님이 부르는 '사랑이 마침내 이기는' 세상과 소외받는 누군가에게 '무섭지 않아. 우리 제일 근사하게 저물자' 속삭여 주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처럼 전장연은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아이유님과 저희가 나아가는 길이 언젠가는 함께 만나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며, 더 리얼 러브 윈즈 올(The real 'Love wins all')을 외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지난달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올라온 만평. 전장연 공식 홈페이지

당초 아이유 신곡은 '러브 윈즈'(Love wins)라는 제목으로 발표 예정이었다. '러브 윈즈'는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뷔(V)가 주연을 맡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공개 전부터 화제였다. 노래 제목과 뮤직비디오 스틸이 공개됐을 때, 이성애자 간의 사랑 이야기에 '러브 윈즈'라는 제목을 붙이는 건 성소수자 투쟁을 대표하는 구호의 정치적 맥락을 왜곡하고 전유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 아이유는 직접 쓴 손 편지로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라며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또한 본인을 사랑해 준 팬들에게 바치는 곡이라고도 덧붙였다.

'사랑이 이긴다'라는 뜻의 '러브 윈즈'는 2015년 미국 연방법원에서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 성소수자들이 사용한 슬로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판결 이후 트위터에 '러브 윈즈'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축하했다.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동성애자 클럽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당시에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로 '러브 윈즈'라는 슬로건이 쓰였다.

제목 공개 후 4일 만에 '러브 윈즈 올'로 수정되었으나, 지난 24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극중 아이유는 수어를 쓰고 뷔는 한쪽 눈에 흰 렌즈를 착용해 시력에 불편함이 있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캠코더 안에서는 너덜너덜하고 해진 옷이 아닌 깨끗한 차림이며 무엇보다 장애가 없는 모습이다. 아이유는 웨딩드레스, 뷔는 턱시도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며 행복하지만, 즐거운 상상도 잠시 두 사람의 육체는 소멸하고 그들이 입었던 옷만 남는다는 내용이다.

장애를 곧 불행, 비장애를 행복으로 묘사하고,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장애를 향한 무지를 드러내고 자칫 장애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수자를 직접적으로 차별하고 공격하는 것뿐 아니라, 시혜적인 태도로 안타까워하거나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이른바 '우호적 차별'이 뮤직비디오상에서 나타났다는 게 요지다.

이미 성소수자 구호와 같은 제목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뮤직비디오에서 또 다른 소수자와 관련된 비하 논란이 거듭되었기에 비판의 강도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유난'이라거나 '피곤하다' '아이유이기에 더 공격받는다' 등의 주장으로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 문제 제기 목소리를 사소화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았다.

아이유의 선공개곡 '러브 윈즈 올'은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하며 사랑받는 중이다. '러브 윈즈 올'을 포함해 총 5곡이 담긴 새 미니앨범 '더 위닝'(The Winning)은 오는 20일 저녁 6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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