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약처장 “올해도 규제 과감히 깨나갈 것”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일 “약사법 개정에 이어 올해도 과학에 기반을 규제 혁신을 통해 제약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 간담회에서 “규제 혁신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현장에서 업계와 소통하며 기업들이 체감하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규제는 지켜나가되, 제약업계를 진흥시키기 위해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처장은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우수 규제 기관에 의약품과 백신 두 가지 분야에서 등재됐다. 두 분야에 등재된 것은 한국과 스위스 두 나라뿐”이라면서 “이번 등재로 제약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규제혁신 2.0 추진에 이어 올해는 규제혁신 3.0을 시도하겠다”며 “계속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문제가 무엇인지, 식약처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이 문제를 얘기하면 식약처는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제약 산업이 더 전하고 해외로 진출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처장은 지난 2022년 식약처장에 임명된 이후 규제혁신 1.0을, 지난해에는 규제혁신 2.0을 발표헸다. 규제혁신 2.0은 해외에서 임상 시험 중인 약도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올해 규제혁신 3.0은 오는 5월 발표할 예정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도 “한국 제약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증대, 인공지능(AI) 융복합, 글로벌 진출 다변화 등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규제 기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식약처가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는 것은 제도적 정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제약·바이오의 중심 국가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이 언급한 약사법 개정은 전날 국회를 통과한 신약 안전 관리 규제 개선안을 뜻한다. 그동안 신약 등 일부 의약품은 허가받은 후 4년이나 6년 동안 부작용을 조사하는 재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지난 2015년부터는 위해성 관리제도도 도입돼 신약이나 희귀의약품에 대해 신약 개발사 스스로 종합적 안전관리 계획까지 수립·이행해야 했다.
약사법 개정안은 사실상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있던 두 규제를 위해성 관리제도로 일원화해 통합 운영토록 했다. 신약 등에 대한 의약품 재심사 제도는 폐지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업계로서는 신약의 안전과 관련된 자료 제출 부담을 덜고, 의약품 전주기 안전관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된 약사법은 공포 후 1년 뒤인 내년 2월에 시행된다.
또 법적근거 없이 이뤄지던 의약품 자료보호제도도 법적근거를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는 의약품 재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재심사 기간 동안 후발의약품이 해당 품목의 임상시험자료를 근거로 신약 허가 신청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졌었다. 법적근거가 신설되면서 신약 개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의약 지식재산 보호 체계가 보다 확고해져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역량도 증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사법 개정안과 함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첨생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국내에 개발 중인 세포·유전자치료 기술이 있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허가 사례를 제외하고는 사전 승인된 규모만 임상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었고, 그나마 비용청구는 불가능했다. 이에 많은 중대·난치·희귀병 환자들은 일본 등 해외로 원정 치료를 가야했다.
첨생법은 임상 치료 대상을 넓히고 비용 청구도 가능케 해 개발 중인 치료 기술의 문턱을 낮췄다. 다만 사전에 지정된 기관이 제출한 치료 계획을 심의하고, 위험한 치료는 심의 전 임상 연구를 실시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됐다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했다.
의료기관이더라도 환자의 인체 세포를 채취·검사해 의약품원료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체 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했던 규제도 완화된다.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하도록 지정받은 재생의료기관이 환자 본인으로부터 유래한 세포를 단순분리·세척·냉동·해동 등 최소한의 조작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원료로 공급하는 경우에는 허가 없이도 가능하게 했다.
식약처는 이번 첨생법 개정안으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활용한 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도 약국에서 약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전날 국회에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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