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 대담’ 택한 윤 대통령, 숨는다고 지지율 오르지 않는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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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한국방송(KBS)과의 신년 대담 형식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기로 했다.
2일 대통령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대담은 오는 4일 녹화해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저녁께 방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해야 할 현안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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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한국방송(KBS)과의 신년 대담 형식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새해 국정운영 과제를 설명하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사후 조율이 가능한 대담 방송으로 국민과의 소통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2일 대통령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대담은 오는 4일 녹화해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저녁께 방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대담은 박장범 한국방송 ‘뉴스9’ 앵커가 맡을 전망이다. 사흘간의 시차를 둔 사전 녹화 방식을 택해, 미리 대담 형식과 내용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사후 편집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새해 기자회견, 기자단과의 ‘김치찌개 간담회’ 등을 검토했으나, 이 경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한다. 대통령실이 말하는 그 ‘깊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질문 공세를 통제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답변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결국 국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해야 할 현안은 차고 넘친다. 민생경제 회복 방안,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에서 드러난 당무 개입 논란, 국정 사유화 비판을 부른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참사 진상규명 호소를 묵살한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등 어느 하나 깊지 아니한 것이 없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던 당선 인사는 이제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민감한 사안은 무시하고 언론 소통은 일방적으로 중단하더니, 이젠 특정 언론과 ‘짜고 치는’ 대담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그렇게 하면 위기가 모면되는가.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29%, 부정평가는 6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의 주된 이유는 소통 미흡과 독단적·일방적 국정운영, 김 여사 문제 등이다. 취임 뒤 꾸준히 제기됐던 이런 문제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계속 누적된 결과다. 이번 한국방송과의 신년 대담은 소통 아닌 불통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 참모 뒤에, 특정 언론 뒤에 숨기만 할 텐가. 국민 앞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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