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학원 해킹 10대 소년부 송치…法 "기회줬다"

알라딘·시대인재 등 해킹한 10대
공갈·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법원 "앞날 가능성 믿고 보호처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유명 인터넷서점과 대형 입시학원 등의 서버를 해킹해 베스트셀러 등 전자책 수백만 권과 동영상 강의 자료 등을 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가 보호처분을 받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이날 공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18)군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박군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2006년생인 피고인이 자신의 지적 능력 활용해서 이런 범행을 했다는 점이 재판부로서도 참 안타깝다. 피고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갈취 범행까지 나아갔다"며 "어린 학생이 (이런 범죄를) 서슴없이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대체 우리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전도됐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판부로서는 피고인의 앞날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다. 피고인이 재능을 잘 발휘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있고, 언론 기사에서 많이 봤듯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어린 피고인이 인생을 올바른 길로 살아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해 주는 것이 피고인과 가족,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재범한다면 그때는 인생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피고인을 믿고 재판부가 기회를 드리겠다"며 소년부에 송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군은 지난해 5월16일께 텔레그램 대화방을 이용해 인터넷서점 '알라딘' 등 유명 업체 2곳을 상대로 탈취한 전자책 5000권을 유포, 이를 통해 피해 업체들을 상대로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숙련된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고 있던 박군은 피해 업체들의 보안 체계 취약점을 이용해 전자책 72만여권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을 해제할 수 있는 일명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무단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DRM 암호를 해제하기만 하면 정식 구매한 사람처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데 A군은 이중 5000권의 암호를 실제로 푼 뒤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업체 측을 상대로 비트코인 100BTC, 당시 시세 기준 36억원어치를 내놓지 않으면 100만권까지 추가로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약 8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뜯어냈다.

박군은 다른 인터넷서점에서도 143만여권의 복호화 키를 무단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시대인재' 등 유명 입시학원 2곳을 상대로도 해킹 공격을 벌여 빼돌린 강의 동영상 자료 약 700개를 유포하고 비트코인 5BTC(당시 시세 기준 약 1억8000만원)를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박군에게 각각 1500만원과 200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과 현금 수거 역할을 맡은 박모(31)씨와 정모(26)씨는 지난달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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