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훈풍…외국인 코스피 역대최대 매수

하루동안 1.9조어치 사들이며 12년 만에 기록 갈아치워
기관도 가세, 코스피 2600 회복…개인은 역대최대 매도

2일 코스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기대감으로 전일 대비 2.87% 오른 2615.31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1조894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앞에서 한 직원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12년6개월 만에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2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고치인 1조8946억원을 순매수했다. 지금까지 외국인 일일 순매수 최고 기록은 1조7199억원(2011년 7월 8일)이었다.

지난달 11일 2조3000억원을 순매수한 기록이 있지만 이는 삼성그룹 블록딜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이날 개인의 순매도액은 2조489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관은 6435억원을 순매수했다.

증시도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전일 대비 2.87%(72.85포인트) 오른 2615.31에 마감하며 한 달 만에 다시 2600선을 회복했다.

지난주부터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기대감으로 외국인과 기관들 순매수가 이어졌다. 특히 외국인은 1일에도 1조888억원을 순매수하면서 2거래일 동안 순매수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틀 만에 지난해 하반기 순매수 규모(2조6474억원)를 단숨에 넘어섰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전망하는 보고서들을 내면서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켰다. CLSA는 'Yoonitiative(윤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으로 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세제개혁, 저평가 기업에 대한 압박, 주주친화 정책 등 소액주주들을 겨냥한 정책을 펴면서 주가를 부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경기 또한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 2024년 약세장 시작 이후 10가지 질문 및 비중 확대 유지'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연말 코스피 목표치를 2850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에는 달러화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 영향으로 한국 증시가 약세로 출발했지만 올해 반도체 섹터의 실적 반등과 선거를 앞둔 개인투자자 대상 정책이 코스피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긴축 우려 완화에 따라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때 먼저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미국 제조업 부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컨센서스를 웃도는 49.1로 나오면서 글로벌 경기에 청신호가 켜졌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까지 더해지면서 총선 전까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외국인이 5533억원 순매수한 현대차는 9.13% 오르고, 2709억원 순매수한 기아는 12.42% 급등했다. 이외에 순매수 3~5위였던 삼성전자(2.17%), KB금융(8.16%), 하나금융지주(7.5%)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