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 만들고, 외국인 아이돌 … K콘텐츠서 'K' 뗀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2.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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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팝·영화 해외서 부진
콘텐츠 현지화로 돌파구 모색
한국인 없는 K팝 그룹 탄생
봉준호, 할리우드 영화 감독
오겜·피지컬100 지재권 수출
인재 흡수 '플랫폼' 진화해야
올해 미국에서 데뷔하는 하이브의 6인조 걸그룹 '캣츠아이'. 하이브

"K팝은 지금 위기다. K팝에서 K를 떼야 산다."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K팝 혁신가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위기론'을 꺼냈다. 작년부터 K팝의 판매지표 하락세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감지됐다.

신작마다 세계 1위를 찍던 K드라마도 '스위트홈2' '경성크리처' 등이 연이은 혹평을 받으며 주춤해졌다. 칸영화제·아카데미·에미상 등을 휩쓸던 K콘텐츠에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K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으로 'K'를 떼고 글로벌 콘텐츠가 되는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K콘텐츠가 '플랫폼'이 돼 한국인만이 아닌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세계화 전략이다.

다행히 올해는 K팝, K영화, K드라마가 세계화에 도전하는 원년이다. 1월 26일 첫 싱글앨범 'Girls of the Year'로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VCHA(비춰)' 멤버 6인 중에 한국 국적은 없다. 이 그룹은 박진영 프로듀서가 야심 차게 선보인 'A2K(아메리카 투 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대형 음악레이블인 리퍼블릭레코드와 합작 자본으로 탄생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작곡·안무가 등과 협업해온 K팝이 마지막 퍼즐로 해외 멤버와 자본까지 확충한 것이다.

이 다국적군을 조율하는 과정에는 K콘텐츠의 정수(精髓)가 담긴다. 인력과 자본이 수입되더라도 K팝의 핵심은 A&R(아티스트와 레퍼토리)이다. 10대 초반 발굴해 길게는 5년 이상 연습생으로 훈련시켜 춤·노래·랩·외국어까지 완벽한 그룹을 만들어내는 제작 능력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솔로 가수가 주력인 북미 시장과 달리 K팝은 '퍼포먼스 팝'으로도 분류된다. 단거리 달리기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칼군무'를 추면서도 음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실력을 기르는 건 A&R 역량 덕분이다.

이 같은 K팝 제작 능력을 앞세워 국내 엔터사들은 세계 양대 시장인 북미와 일본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 데뷔한 남성 7인조 그룹 '넥스지(NEXZ)'. JYP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의 일본 니쥬2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남성 7인조 그룹 '넥스지(NEXZ)'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2월 데뷔곡 '미라클'이 공개된 직후 일본 아이튠스 차트 1위에 올랐다.

하이브는 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방시혁 의장이 오디션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선발한 6인조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올해 데뷔한다. 한국인 1명 외엔 필리핀, 스위스, 미국 등 전 세계 소녀가 모였다. 하이브와 게펀레코드가 합작한 이 프로젝트는 무려 세계 12개 도시에서 오디션을 진행하고 6000대1의 경쟁을 거친 결선 참가자 20명 중에서 6명을 선발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국적화·다언어화는 그야말로 '필승 전략'이다. 이미 레이블을 다각화한 하이브는 작년 앨범 판매 매출 중 63.3%를 해외에서 얻을 정도로 글로벌화가 진행됐다.

SM엔터테인먼트도 작년 2월 'SM 3.0' 전략을 발표하면서 해외 공략을 천명했다. 2월 21일 데뷔하는 일본인 그룹 'NCT 위시'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활동을 펼친다.

영화의 세계화도 이뤄진다. 오는 봄 북미에서 공개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은 '어벤져스'에 맞먹는 1억5000만달러(약 1900억원)짜리 글로벌 프로젝트다. 봉 감독이 제작·연출·각본을 맡았으며,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힘을 보태 화제가 됐다.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펄로 등 할리우드 배우와 '세븐'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 '더 페이버릿'의 피오나 크롬비 미술감독이 합류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를 선보인 데 이어 해외판 '피지컬100' 등의 제작도 준비 중이다. 외국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K콘텐츠가 맞느냐는 의문은 '미키17' 등 앞으로 쏟아질 신작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K콘텐츠가 세계화를 통해 도약해야 할 이유는 산업적 파괴력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3억달러(약 17조6318억원)로 국내 산업 중 가장 가파른 수출 증가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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