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딜레마' 빠진 SK하이닉스…수조원 평가손실 속앓이
키옥시아 점유율 하락에 고전
4조원 통크게 쏟아부었던
SK하이닉스 남몰래 눈물
작년 4분기 1.4조 평가손실
'경쟁자이자 투자자' 입장 탓
탈출전략 짜기 쉽지 않아
일본 낸드플래시(낸드) 생산 업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 평가손실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8년 한·미·일 연합체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4조원을 투자한 키옥시아가 조(兆) 단위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통합 협상이 재개되며 반도체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키옥시아 투자에서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콘퍼런스콜에서 "키옥시아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1조4300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6000억원)보다 138% 늘어난 것이다.
최종 감사에 따라서 평가손실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낸드 업황 침체로 키옥시아 실적이 악화되며 1조883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키옥시아는 다른 반도체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키옥시아는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4분기에는 1714억엔(약 1조5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1·2분기에도 손실을 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키옥시아가 지난해 3분기에 점유율 14.5%를 차지하며 낸드 3위 자리를 웨스턴디지털에 내줬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키옥시아 평가손실 규모가 불어나며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그룹 차원에서 비상 경영의 고삐를 조이면서 키옥시아를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통합이 SK하이닉스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통합 이후엔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콘퍼런스콜에서 "원래 계획은 상장 이후에 재무적투자자 형태로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키옥시아 평가자산은 5조2860억원(2022년 말 기준)으로 매입가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 평가자산이 매입가보다 낮아지면 '손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로선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통합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린다면 투자금+α를 회수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 협상에 대해 여지를 열어둔 바 있다.
문제는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통합이 이뤄지면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1.4%로 SK하이닉스·솔리다임(20.2%)보다 11.2%포인트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평가자산 상승과 수익 실현을 위해선 통합에 찬성해야 하지만, SK하이닉스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키옥시아에 4조원을 투자했다. 전환사채(CB) 1조3000억원과 재무적투자자 자격으로 2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의결권 지분율 15%를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동의해야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통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투자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통합에 반대했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지난달 교도통신은 베인캐피털이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교섭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향력 약화를 경계하며 SK하이닉스가 통합에 관여할 의향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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