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거식증, 美의 욕구 아닌 자기 혐오적 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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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이란 흔히 음식을 덜 먹고 대개 운동까지 하면서 체중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덜 흔한 거식증의 또 다른 유형은 폭식 후 게워내기(구토)를 하는 것인데, 폭식증 환자는 보통 평균적 체중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극도로 저체중인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거식증을 극복했다고 자신하지만 여전히 종종 음식을 먹는 자신을 저지하려면 뭔가가 뇌 안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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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리 프리먼 지음, 아몬드 펴냄
거식증이란 흔히 음식을 덜 먹고 대개 운동까지 하면서 체중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덜 흔한 거식증의 또 다른 유형은 폭식 후 게워내기(구토)를 하는 것인데, 폭식증 환자는 보통 평균적 체중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극도로 저체중인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거식증에는 다른 정신질환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성비다. 거식증 당사자의 90%는 여성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입원까지 한 남성 거식증 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여성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베테랑 저널리스트이자 거식증 당사자이기도 한 해들리 프리먼은 이같은 통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거식증을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만들어낸 유행’ 혹은 ‘예뻐지고 싶은 여자 아이들의 철 없는 몸부림’ 정도로 치부하는 데 분노하며 ‘먹지 못하는 여자들’을 쓰기 시작한다.
저자는 14세에 시작된 거식증으로 17세까지 3년 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장악해버린 이 정체 모를 감정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원 후 깨닫는다.
거식증 당사자이자, 환자였던 저자는 입원과 함께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보이며 다른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의사, 상담사,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된 거식증’을 내밀하게 탐구한다. 저자는 거식증이 ‘여자아이들이 불안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온몸으로 말하고자 하는 시도, 성애화와 여성성에 대한 공포가 거식증으로 드러난다는 것. 저자는 거식증을 극복했다고 자신하지만 여전히 종종 음식을 먹는 자신을 저지하려면 뭔가가 뇌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는 저자를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 쾌락을 느끼는 것을 막으려 한다. 기쁨을 죽이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거식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여러 전문가의 입을 통해 거식증이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가 아닌 ‘아파 보이고 싶은 욕구’라고 말한다. 거식증 환자는 날씬해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수척해지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식증은 ‘자기 혐오’라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그래서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거식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딸을 둔 부모에게 당부한다. 가족이 거식증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지 말라고. 즉, 딸의 모습을 마음 아파하며 먹도록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다.
거식증이 음식 거부, 쾌락을 누르는 자기 혐오적 정신 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다면 다음 단계는 병원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들에게 ‘딸을 구하려면 딸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계속 그 아이의 엄마로 남을 수 있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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