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악산 케이블카로 악화될 산양의 서식환경, 보호대책 시급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야생 산양의 생생한 모습이 지난 1일 경향신문 취재카메라에 포착됐다. 경계심 많은 산양이 무인카메라 아닌 취재 사진으로 보도되긴 처음이다. 이날 설악산에서 내려와 미시령과 한계령 도로 인근의 절개지와 능선에서 먹이를 찾는 산양이 십 수마리에 달했다. 산양을 25년째 관찰해온 환경운동가는 산양이 떼지어 도로변까지 내려온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인 설악산이 터전인 산양들의 생존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앞날은 더 어둡다. 오는 3월부터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지구와 끝청 하단(직선거리 3.3㎞)을 연결하는 오색케이블카 공사가 시작된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난해 11월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채 착공식을 열어 공사 강행을 선언했다. 40여년 전부터 논란이 돼온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환경단체는 물론 국책연구소까지 ‘부적절하다’고 반대해 온 이유는 설악산 심장부가 훼손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걸었고, 본분을 망각한 환경부도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연간 50만~100만명 방문객 이용과 1500억원대의 경제효과라는 논리 앞에 자연보호 의무는 실종됐다.
그나마 경제논리조차 허술하다. 통영과 여수 이후 전국 수십 곳에 우후죽순처럼 케이블카가 들어섰지만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실정이다. 오색케이블카 노선은 방문객의 볼거리가 많지 않아 결국 탐방로를 개방한 덕유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작지 않다. 국립공원 덕유산은 1990년 케이블카 설치 이후 상부 정류장이 민둥산이 될 정도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 케이블카 사업에 연간 예산의 20%를 쏟아붓겠다는 양양군은 사업이 실패할 경우 재정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자칫하다 돈도 환경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설악산은 국내 전체 100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산양 중 약 300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산양들이 다수 발견되는 장소들은 오색케이블카 노선과 인접해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산양들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소음과 서식지 파괴를 겪게 된다. 한 번 정한 서식지를 쉽게 떠나지 않는 산양의 습성을 감안하면 상당한 스트레스가 불가피하다. 위험요소들이 산적하지만 산양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산양의 눈망울은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공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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