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새 100배 수익···팬데믹 때 빛발한 남다른 투자의 '촉' [북스&]
애크먼, 코로나19 명명때 위기 직감
저렴하게 거래되는 회사채에 의문
바로 CDS 베팅해 '잭팟' 터뜨려
車라인 개조 의료기기 만든 포드 등
위기서 기회 찾은 CEO 집중 조명
미국과 영국 문화권에서는 상대가 재채기를 하면 모르는 사이더라도 “블레스 유(Bless you·신의 가호가 있기를)”라며 친근하게 반응을 한다. 590년 그레고리 1세 교황 당시 전염병의 희생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기도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 유래의 비극은 잊힌 채 상대를 민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몸에 밴 기본 예절이 됐다. 재채기가 나오면 자동 반사처럼 나오던 ‘블레스 유’에서 비로소 섬뜩한 기시감을 갖게 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2020년 초의 일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자로 일했던 리즈 호프먼이 쓴 ‘세계 최고의 기업은 어떻게 위기에 더 성장하는가’의 원제는 ‘불시착(Crash Landing)’이다. 재난 영화의 첫 장면처럼 주요 인물들이 보낸 평범했던 하루를 조명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세계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창업자를 첫 초점으로 삼는다.
2020년 2월 11일 애크먼은 런던경제대학원에서 청중 대상 강연에 나섰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중국 우한 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된 바이러스를 두고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로 명명했다. 강연 중 한 학생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때 청중 사이에서 기침이 나왔다. 애크먼은 장난기를 거두고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블랙스완(검은 백조) 이론이 적용되는 사건입니다.”
유럽인들은 우연히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할 때까지 수 세기 동안 백조는 흰색이라는 믿음을 숭배했다.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희귀하고 극단적인 일이라 해도 사건이 종료된 후에는 해당 사건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역시 희귀성과 극단성의 속성을 갖추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강력한 원심력이 작용했다는 점도 그렇다.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승리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위험을 보다 일찍 포착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애크먼의 퍼싱스퀘어가 처음 거래를 시작한 2월 24일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592명을 기록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크먼은 기업의 위험성을 먼저 봤다. 2020년 초 기업의 대출 이자는 미국 국채 대비 단 1%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텐데 회사채가 저렴히 거래되는 게 의아했다. 애크먼은 시장이 가격을 완전히 잘 못 책정하고 있다고 판단, 2700만 달러(약 360억원) 규모의 신용부도 스와프를 매수했다. 애크먼의 판단이 증명되기까지는 단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크먼은 원금의 100배에 달하는 26억 달러(약 3조4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저자는 애크먼이 베팅을 한 2월 말부터 3월 말 다양한 기업들과 행정부 주요 인물들의 행보도 집중 조명한다. 은퇴를 앞두고 후계 승계에 집중하던 완성차업체 포드의 짐 해캣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위기는 왔다. 그는 그해 3월 17일 포드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했다. 그는 오랫동안 공들였던 전기 픽업 트럭 F-150의 생산 라인을 중단했다. 국가가 어려울 때 포드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존 바움빅 포드 기업 제품 관리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12명으로 구성된 ‘아폴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F-150의 에어컨 시스템 원리를 차용해 의료진용 전동식 호흡보호구(PAPR)와 인공호흡기를 생산해 40일 만에 첫 선적을 뉴욕으로 보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창업자 역시 그해 나스닥 기업 상장(IPO)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상장 계획이 백지화되는 경험을 했다. 하루 아침에 수만명이 숙박을 취소하고 환불해야 할 돈이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에 달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가피하게 직원을 4분의 1을 해고하면서 상장 대신 자금 확보로 미션을 변경했다. 급한 불을 끈 체스키 창업자는 이후 숙박보다 경험에 집중하면서 100년 만의 최악 여행 침체기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기업의 주인공이 됐다.
400쪽이 넘는 방대한 서사의 시작은 저자가 WSJ에 2020년 4월 4일 송고한 8000자 분량의 기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비즈니스를 무너뜨린 그 달(The Month Coronovirus Felled American Business)’에서 출발했다. 잘 쓴 기사가 디테일을 확보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핍진성과 메시지의 비휘발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2만1000원.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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