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회의' 결론 못낸 최고위…野선거제 향방, 이재명 손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결정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의원총회에 이어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다.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이 임박한 만큼 당이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관련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다"며 "선거제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나 전 당원 투표 등 결정 방식에 대한 권한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해진 것은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다는 것"이라며 "다 열려 있고 지금까지 정해진 건 없다. 향후 어떤 전제로 한 답변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시간가량 이어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선거제 방안은 물론 전 당원 투표 등 이를 결정하는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최고위원들이 본인 의견을 말했고 이 대표는 경청했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고, 이심전심으로 이 대표가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병립형 제도로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과 달리,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제를 놓고 혼선을 겪어왔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했던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측과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총선에서 민주당이 불리할 수 있어 병립형을 채택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탓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최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제를 결정하자고 나서면서 갈등이 한층 고조되기도 했다.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여온 친명(친이재명)계가 정치적 책임까지 당원들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들이 당내에서 나왔다. 당원 투표를 진행하면 영향력이 큰 강성당원들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데다 소수정당에 적대적이라 병립형 회귀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와 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바 있으나, 지난달 18일에는 "명분과 실리의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양론이 거세게 부딪히고 있는 만큼 전 당원 투표나 중앙위원회 등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당내에서는 총선이 불과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당이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결정해달라는 다수 의견이 나온 지 다섯 달"이라며 "결론을 못 내는 사이에 온갖 추측만 나오면서 한 번 맞을 돌을 두 번, 세 번 맞고 있다. 어느 방향이든 조속히 결론을 내리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21대 국회 기준)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권역별 병렵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뽑고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병립형을 도입하되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제도다.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거대 정당 입장에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이 나올수록 비례 의석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준연동형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연동형, 일부는 병립형을 따른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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