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커녕 막내가 40대···기존직원 정년 연장하며 겨우 버텨"
1년 내내 공고 내도 지원자 없어
가업승계 포기···줄줄이 폐업 몰려
'사실상 대안' 외국인 근로자는
계약해지 빌미로 태업·결근 압박
인력난→업무과중→퇴사 악순환
“충남 공장의 막내 직원 나이가 벌써 마흔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제 30대 직원을 뽑는 것은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제조업은 도저히 미래가 안 보여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국내 중견 제조 업체 A사 대표)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인들이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애써 키운 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속만 태우고 있다. 특히 구인난이 일시적 어려움을 넘어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아예 사업을 접는 길을 고민하는 기업인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부품 분야의 한 중소기업인은 “정부가 소부장 특화 단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회사를 옮기는 결단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면서 “회사가 이전하자 본사 인력의 20~30%가 회사를 떠났는데 막상 부산에서는 청년 지원자가 없어 막대한 타격만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같이 부산과 같은 대도시마저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중소 도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충청권에 생산 공장을 둔 한 식품 기업은 생활 인프라 부족 탓에 인력 부족이 계속 심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젊은 일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며 “주변에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보낼 문화 시설도 부족하고 교류할 비슷한 연령대의 지역 주민을 찾기 어렵다 보니 기피하는 경향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둔 기혼자들은 교육 때문에 큰 도시로 이직하기도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괴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직원들의 정년을 무기한 연장하며 근근이 버티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울산에서 산업 기자재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인은 “정년이 60세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퇴직 후 1년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다”면서 “18명 직원 중 7명이 퇴직 직전 대비 연봉 70%를 받으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은 평균 6~7년 정도 추가 근무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만성적인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외국인 인력 활용이 거론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처음 근무를 시작한 기업에서 일정 기간 일해야 한다. 회사를 옮기기 위해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면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한국 체류 기간 3년간 최대 3번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이를 악용해 더 좋은 조건이나 친인척들이 근무하는 다른 기업으로 가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태업이나 무단결근을 일삼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8%는 외국인 근로자의 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국 후 3개월도 안 돼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비율도 전체 요구의 25.9%에 달했다. 계약 해지를 거절한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태업(33%), 꾀병(27.1%), 무단결근(25%) 등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마지못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87.5%였다.
중소기업과 같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견기업의 경우 제도적 한계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마저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제조 업종의 경우 E-9 외국 인력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에만 허용된다. 이에 중견기업계는 외국인 인력 활용 관련 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점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300인 이상 비수도권 소재 뿌리 중견기업까지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확대했지만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며 “업종과 기업 규모 등 경직적인 기준을 넘어 전체 제조 중견기업까지 외국인 고용을 전향적으로 확대해 경쟁력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이나 일부 중소기업들은 정부 지원책과 별도로 구직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열면 지역 소재 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큰 편”이라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없다 보니 입사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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