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으러 수소문”…난치병 환자 원정진료 사연은?
■ “당장 주사 맞아야 하는데”… ‘면역글로불린’ 찾아 진료 원정
최근 부산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60대 환자가 곧장 치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특정 혈액제제 주사를 맞기 위해 전국 곳곳의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있습니다.
백혈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의약품인데요. 이 의약품이 꼭 필요한 위중한 환자들이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선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에 걸린 아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자 A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A 씨의 아들은 난치병 판정을 받고 10여 년 간 한 달에 한 번씩 충북 제천의 한 병원에서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왔습니다.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주사를 제때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 다니던 병원에서 “더이상 약을 구할 수 없어 주사를 놔줄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들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이기에 마음이 다급해진 A씨는 서울 등 전국 병원 곳곳에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결국 40km 떨어진 강원도 원주의 병원까지 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A 씨는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수급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해 들어 주사를 맞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러 지역 병원에 물어봤지만 모두 약이 동났다고 해, 강원도 원주까지 가서 주사를 맞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이곳도 언제 약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6월부터 장기 품절… 의사 “주사 꼭 필요한 환자 오면 겁이 나”
면역글로불린은 혈액의 백혈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아의 가와사키병, 자가면역 뇌염, 면역결핍 환자 치료, 수정된 배아의 착상과 임신 유지 등에 널리 사용됩니다.
하지만 2022년 9월부터 일시적으로 품절되는 등 수급이 불안정해지기 시작됐고, 지난해 6월부터는 장기 품절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몇달 전부터 예약해 겨우 주사를 맞거나, 재고가 부족해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지금 아동병원에서는 완전히 재고가 없고, 대학병원 일부에 약이 있어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놓고 치료하면 살고, 주사를 놓지 못하면 죽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면역글로불린 처방이 필요한 환자가 오면 겁이 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 품귀 원인은?… “국내 헌혈 감소‘, ’제약사 수출 주력‘ 영향”
면역글로불린이 동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헌혈 감소‘입니다.
제약사에서 면역글로불린을 생산하면 혈액 속의 혈장이 필요한데요. 국내 혈장 공급량은 2017년 57만 7,841ℓ에서 2022년 47만 4,103ℓ로 크게 줄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면역글로불린 제제 공급량도 8,422kg에서 6,164kg으로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WHO 협약에 따라 혈액을 사고 파는 ’매혈‘이 금지돼 있습니다.
부족한 혈액은 매혈이 가능한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산 혈장 가격은 1ℓ에 11만 4천 원으로 국내 가격의 2배에 달합니다.
이렇게 공급받은 혈장으로 면역글로불린을 만들면 국내에서는 50mℓ(5%), 200mℓ(10%) 제품이 각각 6만 원대, 42만 원대로 판매됩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보다 5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국내산 면역글로불린을 제조하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다보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식약처는 수입처를 다변화해 면역글로불린 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현철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수입 혈장 같은 경우 미국에서만 수입하고 있어서, 혈장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유럽 등 여러 국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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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현 기자 (intere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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