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법적 ‘묻지마 강제퇴거’에 대한 우려[취재 후]
지난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선전전’을 취재하다 느닷없이 지하철 보안관들에게 끌려나갔다. 취재 중이라고 항의하자 기자증을 요구했다. 기자증을 찾아 보여줬으나 “일단 나가라”며 개찰구 밖까지 나를 끌고 갔다.
그날 나는 시위현장 분위기만 볼 생각이었기에 침묵시위가 이뤄지던 승강장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었다. 8시 10분쯤 침묵시위를 하던 전장연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8시 20분쯤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들만 남았다. 그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여럿 몰렸고, 그제야 나도 상황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던 중 강제 퇴거를 당했다. 누군가 보기엔 어쩌면 나는 취재 중인 기자라기보다 시간 여유가 있고 호기심 많은 지나가던 시민이었을 수 있다. 최영도 당시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강제 퇴거의 책임을 묻자 “시위대를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그게 일목요연하게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그런 식이면 지나가던 시민도 끌려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공사의 자의적인 잣대로 기자든 아니든 아무나 끌려나갈 수 있는 초법적 ‘묻지마 강제 퇴거’가 이뤄지고 있던 셈이다.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강제 퇴거의 문제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민변은 “철도안전법 제48조에 따른 금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여야 한다”라며 “전장연의 기자회견 또는 침묵시위 선전전이 승강장에서의 질서를 해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공사의 강경대응은 오히려 현장의 위험요소다. 지난해 12월 1일 전장연 집회를 찾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장연에 대한 과도한 진압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혼잡을 주는 행위”라며 공사를 비판한 바 있다. 기자가 강제 퇴거에 대해 항의하자 공사 측은 ‘책임지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라고 말했다. 재발 방지 대책은 전장연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공사는 그러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공사의 강경대응이 위법하다는 민변의 의견서를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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