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하주차장 참사는 인재(人災)"… 책임자 9명 재판행

관리소장 등 아파트 관계자 5명 불구속 기소
침수 예상되는데 접근금지 안하고 "차 빼라"
방류 위험 안 알린 저수지 관리자 4명도 기소

2022년 9월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 모습. 전날 침수 이후에도 배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대부분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아파트 관리소장 등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사고 발생 1년 5개월 만이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형사2부(부장 김금이)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데도 차를 이동하라고 방송한 아파트 두 곳의 관리소장 2명과 시설과장 1명, 경비원 2명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2년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려 아파트 바로 옆 하천 ‘냉천’이 범람해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데도 차를 빼라고 방송해 9명의 입주민들이 지하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흙탕물이 쏟아지고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한꺼번에 차를 빼면서 혼잡해졌는데도 대피 안내나 추가 안내방송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도 더해졌다.

실제로 김주영(당시 15세)군 등 6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포항시 W아파트 1차 지하주차장은 당일 오전 6시 23분부터 침수가 시작됐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오전 5시 50분부터 오전 6시 33분까지 차를 빼라는 방송을 했다. 한 명이 숨진 바로 옆 W아파트 2차도 오전 6시 26분까지 차량 이동 방송을 했다. 급기야 W아파트 1차와 2차 지하주차장은 각각 오전 6시 48분과 오전 6시 57분에 정전돼 갇힌 주민들은 출구를 찾을 수도 없었다.

검찰은 또 당시 냉천의 상류지점에 있는 ‘오어저수지’ 2곳을 각각 관리했던 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장과 시설유지관리팀장, 포항시 정수과장과 포항시 공단정수팀장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폭우로 저수지에서 냉천으로 방류가 시작됐는데도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아 W아파트 등과 주택가가 침수돼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다.

해병대 특수수색대와 소방수색대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주차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수지와 댐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는 재해 발생 우려가 있을 때 지역 주민 등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와 포항시 모두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통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오어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수위 계측기가 고장 난 사실을 알면서도 수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광범위한 보완수사를 통해 태풍 힌남노 침수 사망사고는 재난 상황에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의무를 방기해 벌어진 인재임을 규명했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