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윗선’에 쏠리는 이목···공수처, 재수사 가능할까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함에 따라 고발사주를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윗선’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대선 국면에서 공수처에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는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에 대한 재고발을 예고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일 ‘고발사주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등을 다음주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다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손 검사의 고발장 작성 관여 정황이 인정됐으니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배후가 있는지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불기소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항고 제도가 있지만 공수처법에는 항고가 규정돼 있지 않다. 사세행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사세행은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 수사 초기 윗선과 관련한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재고발을 하겠다고 한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한 비대위원장,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공수처가 작성한 불기소이유서 등을 종합하면, 한 비대위원장과 손 검사의 1대1 카카오톡 대화방 및 이들이 포함된 단체대화방의 송수신 내역은 고발사주의 배경이 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채널A 사건)’이 보도된 2020년 3월31일 이후 급증했다. 2020년 3월31일 93회, 4월1일 66회, 4월2일 138회 순이다. 같은 시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도 3월31일 11회, 4월1일 12회, 4월2일 17회 순으로 통화를 하는 등 많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전날 성명에서 “대검의 조직과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이 손 검사 개일의 일탈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당시의 혐의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범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고발만으로 공수처가 재수사를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수처가 기소한 손 검사의 혐의를 중심으로 심리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윗선’ 재수사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새롭게 나온 것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1기 처장·차장 퇴임으로 사실상 지휘부 공백 상태다. 이른 시일 내에 공수처장이 임명돼 공백이 메워지더라도 후보 2인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 윤 대통령을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손 검사가 돌연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윗선이나 배후를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사주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아직 진행 중에 있다. 법원이 손 검사와 암묵적 동의 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사건이 1년3개월이 넘도록 서울고검에 계류 중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10월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는데, 김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세행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이 벌어질 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손 검사 휘하에 있던 성상욱, 임홍석 검사의 증거은닉 및 증거인멸 고발 사건도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질 무렵 수정관실 업무용 PC를 포맷하는데 관여하거나,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판단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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