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양 난민' 걱정인데…일본선 '병원·지역사회' 협업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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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H요양병원에 입원한 강 모씨(56)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좌측 편마비가 왔다.
한국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퇴원을 하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하시모토 야스코 일본만성기의료협회장은 "노인을 위한 의료체계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바로 재활"이라며 "가령 고령자가 골절상으로 급성기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이후 재활을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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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 노인에 재활·적응 지원
한달에 5회 방문해 사후관리도
경기도 용인 H요양병원에 입원한 강 모씨(56)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좌측 편마비가 왔다. 말도 어눌해지고 혼자 거동이 불가능해졌지만 병원비 부담에 다음달 전남 구례 자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향에 돌아가도 그를 도울 사람은 없다. 미혼인 데다 같이 살던 80대 모친도 노환으로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누나가 간병을 도왔지만 최근 연락이 끊겼다. 퇴원 이후를 걱정하는 강씨는 "집으로 돌아가면 다른 것보다 대소변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이라며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긴 병에 가족도, 형제도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국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퇴원을 하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자 해도 돌봄 서비스가 부족해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며 생활하는 '요양 난민'이 양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5일 찾은 일본 도쿄도 오타구 게이힌병원의 구마가이 요리요시 원장은 "일본에서는 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고령자는 지역포괄케어병동이나 재활병동에 두 달 정도 입원해 재활한 후 집이나 요양시설로 돌아간다"며 "이후에는 지역에서 제휴된 의료기관에서 왕진이나 방문진료를 받거나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시설에서 돌봄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천국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병원 퇴원 '이후'의 삶이다. 일본에서 고령의 환자들은 퇴원 이후에도 기댈 곳이 많다. 집에서 홀로 지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병원에 장기 입원할 필요가 없는 노인을 위한 '중간 시설'을 다양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베이비붐 격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면서 이들 시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일본은 지역사회 전문가를 환자 퇴원 과정에 참여시켜 퇴원 이후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립을 돕고 있다. 가령 고령의 환자들이 퇴원한 이후 한 달간 최대 5회까지 병원에서 방문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주로 치매를 앓고 있거나 퇴원 이후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노인들이 대상이다.
병원 내에 의사, 약사, 영양사, 재활전문가, 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지역제휴실'을 운영해 퇴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병원과 지역사회가 연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노인이 가정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시모토 야스코 일본만성기의료협회장은 "노인을 위한 의료체계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바로 재활"이라며 "가령 고령자가 골절상으로 급성기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이후 재활을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2년 전 가벼운 뇌졸중으로 걷지도 못하던 94세 모친도 매일 3시간씩 재활해서 입원 전보다 더 건강해지셨다"고 웃어보였다. 퇴원과 돌봄 계획을 수립할 때 환자와 보호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사항을 퇴원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퇴원 이후 매일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정해 퇴원계획에 넣는다. 스스로 설정한 과제를 수행하며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은 요양병원 내 환자지원팀을 두는 등 퇴원 후 사후관리 제도를 갖춰놓긴 했지만,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요양병원 1397곳 가운데 환자지원팀을 설치한 병원은 841곳으로 60%에 그쳤다.
[도쿄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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